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사랑이면 단번에 바로 알 수가 있대

방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누워있던 짓큐 미츠타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라, 불이 꺼진 방 안은 어두웠지만, 그는 도검남사. 단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둠 속에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은 가지고 있었다. 어둠에 적응한 그가 보랏빛 눈을 빛내면서 내려다보는 것은 침대에 누워자고 있는 이 방의 주인이자, 그의 주인이다. 그녀의 발치에는 하얀 개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있다. 자면서도 산책을 하는지 다리를 휘휘 저으면서.

짓큐 미츠타다는 그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잠든 미레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괜히 손가락으로 잘 자고 있는 그녀의 뺨을 찔러보기도 했다. 깊이 잠든 것인지 반응이 없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군, 하고 생각한 그는 손을 움직여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하듯 쓰다듬어보았다. 여전히 제 주인은 잠에서 깰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얼굴에 화상자국이 없는 짓큐 미츠타다는 고민한다.

이 작고 연약한 주인을 어쩌면 좋을까, 하고.

주인으로 여기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그 전주인들과 상이하게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도 짓큐 미츠타다를 깨우고 짓큐 미츠타다가 인정한 주인이다. 다만 제 다른 측면이 그렇듯 주인을 사랑스럽게 여기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웃고 울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입으로 내뱉고, 어리광을 부리기를 좋아해 품에 금방 안기곤 하는 어리고 가냘픈 나의 주인.

그리고 이내 그는 제 고민이 무용한 것임을 깨닫는다. 제가 혹시라도 주인을 사랑스럽게 여기면 무얼하겠는가. 제 주인이 좋아하여 한치의 망설임 없이 품에 달려가 안기는 것은 조금 얼빠지고, 기억도 없고, 온화하고, 다정한 면모를 지닌 저의 다른 측면인 것이다. 새까만 남자는 그림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주인에게 이불을 고쳐 덮어준 후 다시 제자리에 누웠다.

사랑스럽게 여기는지, 그저 작고 여린 것을 귀여워하고 대견해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눈동자의 색이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짓큐 미츠타다는 알고 있다.

‘내’가 그 눈동자를 마주할 일이 있으려나, 하는 하릴 없는 생각을 하며 그는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어둠과 정적과 고른 숨소리가 다시금 방안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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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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