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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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밤. 발 밑으로 하얗게 눈이 쌓인다. 낡은 포스터 한 장이 오래도록 한 자리에 붙어 있다. 가쿠는 단번에 한 편의 기억이 되어 버린 극을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게 너무도 뚜렷한 파편으로 기억 한 켠에 붙어 있는 작품이었다. 어깨에 걸쳐 둔 검은 코트를 다시 꿰어 입는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으며 포스터를 눈에 담았다. 뮤지컬 ‘제로’
한껏 추위가 덧대어진 계절이다. 모처럼 홀로 나선 스케줄을 모두 마치고 세 사람이 함께 지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어서 와. 평소와 달리 한 사람 분의 목소리만 돌아온다. 신발을 벗어 정리하며 거실로 들어선다. 답지 않게 쭈뼛대는 듯한 행동에 소파에 앉아 있던 텐이 의아하다는 시선을 던진다. 괜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매하게 시선을 돌린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