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외계선인장
“저기요, 이봐요!” 비가 내려 축축해진 흙길을 박차며 달려오는 소리, 그 틈을 비집는 숨 섞인 외침에 한참 앞서가던 금발 남자가 돌아봤다. “당신 저번에 그 골목에도 있었죠? 죄다 똑같이 생긴 이 층 짜리 폐가만 잔뜩 늘어서서 음침한….” “그래.” 그 짧은 답만을 남기고 다시 제 갈 길을 재촉하는 남자를 D는 다시 붙잡으려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A는 장식장 앞에 멈춰 섰다. 대부분은 상장, 아니면 상패였다. 그리 중요하지 못한, 이제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은, 지나간 영광이 만든 그림자 아래에는 A가 진정 아끼는 마음으로 모아둔 물건들이 마치 보물처럼 놓여 있었다. “우와, 바다야, 바다! A! 드디어 바다에 왔어!” B가 같은 단어를 외치며 새삼스럽게 환
전쟁이 끝나자 군수품 공장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았다. 그보다 더 ‘생산적으로’ 국재를 사용할 곳이 훨씬 많았다. 예를 들면 부상을 당했거나 아예 세상을 뜬 군인, 그러니까 전쟁영웅들의 유가족을 위한 지원금이라거나. A가 있던 곳은 그 시작을 열었다. 어느 곳보다도 규모가 작았고, 폭발물이나 총기를 다루는 곳도 아니었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했다. B는 그런 A
싸구려 장난감이 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우 한 바퀴를 돌아갔다. 고작 2달러쯤 하는, 윤활 처리가 되지 않은 큐브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물론 이 물건을 다루는 중인 에슈에게는 첫 장난감이었으므로, 루빅스 큐브들은 다 이 모양 이 꼬라지인가 하는 생각이 싹트는 중이었다. 한 바퀴를 돌리는 건 물론, 각 조각의 모서리가 딱 맞게 하는 일이
“ A야. A.” 어디에선가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와 A의 귀에 닿았다. “특산품 사 올게요. 닷새 후에 봐요.” ‘으응, B 씨…’ 하는 중얼거림이 A 본인도 모르게 튀어 나갔다. 반도 못 뜬 눈으로 바라본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B가 선거운동을 위해 대구로 떠나는 날이었다. 물론 대구에만 머무르지는 않고, 5일 짜리 여정의 끝은 부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