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연교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A는 장식장 앞에 멈춰 섰다. 대부분은 상장, 아니면 상패였다. 그리 중요하지 못한, 이제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은, 지나간 영광이 만든 그림자 아래에는 A가 진정 아끼는 마음으로 모아둔 물건들이 마치 보물처럼 놓여 있었다.
“우와, 바다야, 바다! A! 드디어 바다에 왔어!”
B가 같은 단어를 외치며 새삼스럽게 환호했다. 이번 여행 일정 중에서 가장 기대하던 일정다웠다. 샌들 신은 발을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바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벌써부터 플라밍고 튜브를 끼고 있던 B는 그대로 바다에 몸을 맡겼다. 사람들 틈에서도 그 분홍색 물건은 눈에 잘 띄었다. A는 바로 바다에 들어가는 대신 햇빛을 잠시 피한 채로 선크림을 덧발랐다. 군데군데 반점처럼 피부가 타는 건 사양이었다. 그러고 있으니 B가 해수를 뚝뚝 떨어뜨리며 다가와 손목을 덥석 잡고는 A를 물로 이끌었다.
바닷물에 고글을 쓴 얼굴을 푹 담그면 푸르면서도 투명한 시야 속에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모래로 된 바닥, 그리고 그 틈에서 자라나는 해초 끄트머리가 보였다. 듬성듬성 떠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햇빛이 눈 따갑도록 비추는데도 바다는 그 열기마저 집어삼켰다. 천천히 물장구를 치던 B가 수면 아래로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숨을 쉬러 올라온 A가 방울방울 흐르는 물을 손바닥으로 닦아내자, 그 시야를 다른 무엇보다도 밝고 해사한, 큰 웃음으로 채워주었다.
물건을 매개로 떠올린 기억이란 더욱 생생한 법이다. 특히 그때 본 미소는 나흘간 본 어떤 풍경보다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그날 뭍에서 B가 주워 선물한 큰 소라껍데기는 A의 보물 중 하나였다. 칼슘과 기타 무기질로 이루어진, 금속처럼 삭거나 바래지 않는 완벽한 물건.
이건 우리의 추억을 담은 디오라마야. 여기 하나에 귀를 가까이 대면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손가락으로 쓸면 모래가 버석거리며 지문 틈에 걸렸다 떨어지지. 어쩜 네가 준 선물들은 그 무엇 하나도 버릴 수가 없을까? 다시 만난다는 약속도 확신도 없는데, 이대로 기억 속에만 남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어째서 계속 보관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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