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연교

짧은 놀이 시간

연교

싸구려 장난감이 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우 한 바퀴를 돌아갔다. 고작 2달러쯤 하는, 윤활 처리가 되지 않은 큐브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물론 이 물건을 다루는 중인 에슈에게는 첫 장난감이었으므로, 루빅스 큐브들은 다 이 모양 이 꼬라지인가 하는 생각이 싹트는 중이었다. 한 바퀴를 돌리는 건 물론, 각 조각의 모서리가 딱 맞게 하는 일이 다 섞인 색깔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보다 어려웠다.

‘이래서 아스팔트 위 가판대란!’

캠프에 들어오기 전에 사두고 방치했던 물건이다. 빈 시간에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것 같아 챙겨 왔는데, 이 상태로는 충분히 섞인 건지도 알기가 어려웠다. 결국 A는 더 돌리기를 포기하고, 같이 들어 있던 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의 얇은 종이에는 날벌레만큼 작은 글씨로 어떤 경우에는 어떻게 돌리라는 말들이 그림과 함께 적혀 있었다. 이 종이와 함께라면 얼마나 섞인 상태든 충분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닥친 문제는 큐브 퍼즐의 난이도가 아니다.

여전히 애를 쓰는 A 앞에 B가 나타났다. 그 또한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뭐 해?”

A는 다가온 상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장 딱 맞게 90도를 돌리는 것도 힘들었다. 잠시 머물렀던 어떤 학교에서 루빅스 큐브가 유행한 적이 있으므로, B는 그게 무슨 장난감인지 알았다. 이렇게 조작이 어려운 물건이 아니라는 점 또한.

“내부 구조가 잘못된 거 아냐? 줘 봐.”

A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못 미덥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 면이 회전하다 만 육면체를 B에게 넘겼다. 이어 B의 양팔이 수축했다가 펼쳐지기를 반복했다. 그걸 본 A가 기겁하며 외쳤다.

“아, 안 돼. 부수지 마! 자, 내가 말하는 대로 돌리는 거야. 옆에 앉아.”

A는 턱 걸터앉은 B 옆에 딱 붙어서 큐브와 설명서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상단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리라든가, 오른쪽 면을 몸 쪽으로 두 번 돌리라든가 하는 말을 계속했다. B가 지시에 따라 손을 움직일 때마다 꽈지직, 또는 빠가각하는, 부수지 말라던 말이 무색하도록 무언가를 파괴하는듯한 소리가 났다. A는 혹시나 완성하기도 전에 큐브가 먼저 망가지는 건 아닐지 계속 걱정했다. 집중하는 A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B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하는 말로 종종 확인하기도 했다. 비슷한 지시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왼쪽을 바깥쪽으로 두 번 돌리고, 하단을 시계방향으로 한 번 돌린 뒤에 왼쪽을 다시 안쪽으로 두 번 돌려. 그리고…”

A가 잠시 말을 멈췄다. 요령이 생겼는지 B는 처음보다 지시를 빠르게 따라갔다. 색은 모두 맞춰졌다. 이제 두 번만 돌리면 깔끔하고 예쁘게, 면마다 같은 색깔이 모인 육면체가 완성될 예정이었다. B가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리고―

“―아, 잘하다가 뭐 하는 거야!”

결국 큐브는 스물세 조각이 나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A는 B를 구박하며 쪼개진 큐브 조각을 찾아다녔다. 조각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큐브가 잘 안 돌아갔던 이유도 밝혀졌다. 축이 녹아 죄다 눌어붙었던 것이다. 그 탓에 큐브를 다시 맞춰서 끼워넣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B가 미안한 마음에 몇 차례 시도는 했으나 불균일한 모양을 한 조각들은 강한 힘에도 잘 들어맞질 않았다. 결국 B를 향한 A의 원망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