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찬] 방송계의 미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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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의 미래, 화이팅! 上
원찬
좀 나를 잡지 말아주세요 by 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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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빠른 열일곱 이찬은 그 명제를 뼈저리게 배우고 있었다. 정확히는 머리뼈가 저리게. 이찬이 책등으로 콩 맞아 아린 정수리를 살살 문질렀다. 그때, 옆뒤에 사람들을 잔뜩 낀 익숙한 얼굴이 가까워왔다. 전원우다.
조금이라도 면식이 있는 선배에겐 인사를 하는 게 이찬의 또 다른 원칙이며, 이찬은 원리원칙주의자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원칙을 깨고픈 마음이 든다. 방금 유도리를 배우기도 했지만, 그 역시 전원우 때문이라서.
"은능흐스요."
"응? 뭐라고요?"
꼭 저런다. 못 들었어도 그런갑다 하고 지나가세요 좀. 이찬은 한 번 더 어금니를 악물고 웅얼거리려다가 주변의 모든 시선들이 제게 꽂히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결국에는 허리까지 숙여가며 아주 선명한 발음으로 인사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굴욕적이게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해요."
실없는 답을 남긴 전원우가 스르륵 스쳐 지나갔다. 참나. 누가 진짜 안녕한지 궁금해서 물어본 줄 아나. 삐뚜름한 마음관 달리 고개는 자석에 이끌리듯 전원우를 따라 돌아갔다. 이찬은 전원우와 추종자들의 하하호호 소리가 저멀리 사라져갈 때까지 그 단정한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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