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3월 22일

날씨 - 비

조강유 by 조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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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인지, 일지인지. 일단 쓰라고 하니 뭐든 써봐야겠지만…. 뭐, 일기같이 쓰면 되겠지.

여기, 센타멘탈 테라퓨틱 시설에 들어온 지 6일 째. 첫 임무로 '도장판 채우기'를 받았고, 방금 막 공식적으로 임무 종료가 선언된 참이다.

처음엔 꽤 황당한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임무였다. 비록 완벽하게 전부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나게 되는 도장판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느낌도 그렇고. 훗날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이 되어 있겠지. 아마도, 크게 별 일 없이 이곳의 기한을 마칠 수 있다면.

첫날에 아는 얼굴이 몇 있어서 꽤 놀랐다. 전부 모르는 얼굴들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당히 친절한 척이나 하며 지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로만 생각했는데. 아는 사람들을 일상과 다른 곳에서 만나니 생각 외로 쓸데 없는 말을 좀 많이 했다는 기분이 든다.

물론 서로 내밀한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라. 부디 내가 했던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괜히 그들의 신경에 거슬려 쓸데없는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조금 더 내 이야기를 할 때 조심할 필요성을 느낀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개인사정을 털어놓는 것은 적당히, 호불호를 나타내는 가벼운 주제들에는 기꺼이. 조심해야지. 살짝 늦은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임무 외에 여기 적을 만한 말이 또 뭐가 있을까….

아, 이곳 시설.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는 건물이라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몹시 좋아서 놀랐다. 아직까지는 도서관에만 출퇴근 하다시피 지내고 있지만, 긴 시간을 이곳에 있어야 하느니만큼 다른 시설들도 이용해 볼 날이 오겠지. 단련실이라거나, 상담실이라거나, 가이딩실이라거나. 뭐 그런 곳들.

그러고보니 내일부턴 직계가족이 방문 가능해진다고 했던가.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선유(남동생)한테는 말해놨으니 알고 계시겠지. 설마 막무가내로 찾아오시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이곳 시설을 보고 나시면 또 군은 그만두라는 말을 하염없이 거듭하실 게 분명하니, 이왕이면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시더라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별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만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냥 오지 않으실 확률이 월등히 높은데 참 별의 별 걸 다 걱정하고 산다 싶기도 하고.

…선유한테도 말하지 말 걸 그랬나.

이곳에서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은 의외로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아주 이상한 느낌이다. 이런 평화로움은 얼마만일까. 이런 평화로움이 이제는 몹시도 어색하다. 너무 오랜 시간을 던전과 몬스터가 주는 혼란 속에서만 보낸 모양이다.

하지만 난 아직 군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으니, 오히려 이 평화로움에 익숙해지기 전에 혼란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나저나 이걸 매일 쓰라니, 이렇게나 쓸 말이 없는데. 평생 써본 적도 없는 일기를 여기 와서 다 써보네. 마지막으로 썼던 일기가 아마……….

…괜한 생각이 떠올랐네. 자고 일어났을 땐 조금…괜찮은 기분이 되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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