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3월 23일

날씨 - 흐림? 약간 맑음?

조강유 by 조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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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걸 매일 써야 하는 건가? 이렇게 쓸 말이 없는데?

오늘 한 일이라곤...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 후 가볍게 조깅을 하고. 도서관에서 저번에 읽다 말았던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이능 가이드 이야기'를 마저 읽었고. 점심은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한 뒤에, 도서관에서 빌린 또 다른 책을 들고 온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 그러고보니 다 같이 고기를 구워대며 거하게 한 판을 벌렸었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배가 부르네. 자기 전에 가볍게 산책이라도 해야 할까 싶다.

가만 보면 여기 사람들, 먹는 거에 정말 진심인 것 같다. 매번 식사 때마다 시끌시끌 해지는 것도 그렇고. 뭐, 나도 먹는 거에 꽤나 진심인 편이긴 하지만.

간만에 여럿이 한 자리에서 소란스럽게 밥 먹은 건 또 얼마만이더라. 다들 회식에 그 상황을 비유하던데. 회식하고는 또 묘하게 다른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냥 순수한 즐거움만이 가득한, 묘한 분위기. 아, 술이 없어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늘 저런 시끌벅적한 자리에선 다들 정신없이 취한 상태가 되어서 모두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떠들다가 자리가 파하곤 했었으니까.

아, 여기다가 술 얘기 써놨다고 또 알코올 중독이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은데. 이건 그냥 지나간 얘기라고. 고기 먹는데 술이 빠지는 경우가 뭐 얼마나 있다고….

하여간 저녁 먹고 할 일도 마땅히 없겠다, 일지 적겠다고 백지를 붙잡고는 있는데. 정말 쓸 말이 없다.

그러고보니 오늘부터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니, 정작 별관에 하루 종일 처박혀 있었던 덕분에 정말 외부인이 드나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산골짜기까지 찾아오는 외부인이 센터 관련자 외 누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만.

딱히 아무도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봐선, 주말이기도 하니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인 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면 시끌시끌 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사람들, 하니까 생각난 건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쩐지 남을 챙기거나 배려하는 것들이 매우 익숙한 듯 하다. 부러 그런 사람들만 모이게 만든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곳에만 있다보면 세상 모든 센티넬도 가이드도 좋은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참 묘하다. 현장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몇번이고 경험했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이곳은 대체 무슨 연구 결과를 얻고 싶었기에 이런 사람들만 모은걸까.

음...이만하면 오늘 일과는 적당히 다 쓴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이렇게 단조로운데 이걸 매일 쓰는 의미가 있나 싶다. 애초에 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이러다간 정말 오늘은 아침에 뭘 먹고, 점심에 뭘 먹고, 저녁엔 뭘 먹었는지에 대해서밖에 적을 게 없어질 것 같은데.

애초에 매일 똑같을 단조로운 생활들 중 달라지는 부분은 그것밖에 없을테니까.

아니면 새로운 임무가 또 주어진다면 조금 더 적을 이야기가 많아지게 되려나. 그건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될 테니, 끝끝내 여전히 꺼지지 않은 배를 좀 꺼트리러 산책이나 좀 하다 와야겠다. 편하게 자려면 속이 좀 비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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