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15일
날씨 - 간헐적 비
차라리 한바탕 좀 쏟아졌으면 좋겠는데. 쏟아지는 건 잠깐이고 그냥 내내 흐리기만 해서 오히려 찝찝하기만 한 날씨가 됐다. 쏟아지는 빗소리는 듣기라도 좋은데. 보고만 있으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조금 나를 미친놈 보듯 하지만, 나는 천둥번개를 좋아해서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한다. 아주 퍼붓는 날씨를.
예전에 병원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앓기만 했을 땐,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런 날씨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억하심정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좋아하다보니 정말로 좋아졌다.
천둥번개의 그 번쩍임과 요란함과 굉음이 웅장한 느낌이 나 좋아하고, 쏟아지는 비에는 여러가지 더러운 것들이 쓸려 내려갈 것만 같은 시원스러움이 좋다.
물론 비가 온 뒤의 날씨도 좋아한다. 특히 진한 풀내음이 묻어나는 맑은 날씨는 그 향 때문에라도 유독 좋아하고. 어쩌면 그 풀내음 때문에라도 비를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비가 더 오고 천둥도 쳤으면 좋겠는데…아쉽게도 그런 날씨까지는 되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간만에 저녁에 좀 북적였던 것 같다. 아샤 씨가 네 발로 기어다닌? 걸어다닌? 하여튼 사족보행을 한 덕분이려나…. 아 그냥 저녁 해결하려고 나왔다가 깜짝 놀랐잖아. 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다니는거지? 나름 뭔가의 단련을 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지만 너무 이해가 안되니까 아무 이유나 갖다 붙여 봤다.
저녁엔 감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는 다 나온 것 같았다. 역시 람. 언젠가는 디저트만 잘 만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 디저트 손 따로 음식 손 따로일 리가 없지. 뭐든 잘 만드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 만든다. 틀림 없어.
저녁까지 한바탕 소란스럽게 해치웠으니 이제 오늘 남은 일이라곤 씻고,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나 읽다가 잠드는 것 뿐…이겠지? 일지는 지금 적고 있으니까.
설마 어제같이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뭐, 재밌는 일이면 사실 좀 일어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런데 오늘 좀 내내 졸린 상태인 걸 봐선 연속으로 일어나는 건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상태면 씻고 그냥 잠들 것 같기도…. 문제라면 그렇게 잠들면 새벽에 꼭 깬다는 점 정도려나.
아, 술이라도 마시고 자면 안 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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