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16일
날씨 - 흐렸던가 맑았던가
오늘은 분명 나름대로 피곤하지도 않았고 나쁘지 않은 컨디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하루동안 뭘 했냐고 하면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정신을 좀 놓고 살았나…? 이렇게 넋 놓고 살아본 지가 오래돼서 당황스럽네…. 늘 이런 상태로 돌아갈까봐 경계하고 살았는데, 마음을 놓자마자 이 상태라니. 당황스럽다, 진짜….
날씨도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 아침엔 흐리긴 했는데. 낮엔 맑아졌던가, 아니면 그대로 흐렸던가…. 좀 맑아진 것 같긴 했는데. 아 맑았다. 오늘은 조깅을 좀 늦게 했는데 해가 떠 있었으니까.
조깅은 또 왜 늦게 했냐고 하면…그것도 그냥 어쩌다 보니까?
뭐…마음 놓고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거지. 내일도 이러면 확실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감상을 가지고 정신 차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근데 어쩌다 정신 차리고 일지를 쓰고 있느냐면, 아까 실수로 뜨거운 거에 발목을 지지면서 정신을 차린 탓…이려나? 하여튼 정신줄을 놓을거면 가만히나 있지 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서는…나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그래도 덕분에 정신 차렸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도 있고.
와중에 기억나는 거라면…오늘 저녁은 수잔나 씨가 해주셨다는 점? 파스타랑…뭔가를 해주셨던 것 같은데. 이런 식이면 수잔나 씨도 진짜 보람 없으시겠네…. 뭘 해줬는지 기억도 못하냐…. 아 근데 지금도 화상 입은 곳에서 진물 나오는게 멈추지 않아서 조금 제정신이 아니긴 하다. 일지 쓰다 진물 닦다, 바쁘네…. 이런 걸로 바쁠 필요 없을텐데, 어이가 없다 진짜….
별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으면서 참 습관이란 게 무섭지…. 그 시절을 그렇게 쪽팔려하고 별로 기억하고 싶어하지도 않으면서 조금 풀어졌다고 바로 이 모양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뭘 그렇게 유난이었나 싶은 시절인데. 남들은 없이도 잘 사는 걸 하나 잃어버렸다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하다니, 별….
동생놈도 그래. 유난 떤다고 한 마디 했을 법도 한데, 옆에서 뭘 그렇게 자기 죄책감에 짓눌린 얼굴을 하고선…. 아무도 제 탓이라고 하질 않는데 왜 혼자 그따위 감정을 무겁게 갖고 있는지…. 그 녀석도 나도 하여튼 참 별종이야.
…설마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하여튼 옛날 생각난게 쪽팔려서라도 좀 정신차려야겠다 싶으니까 내일은 운동량 두배로 늘려야지. 그래도 몸 움직일 땐 억지로라도 정신 차리고 있을 수밖에 없을테니…. 저놈의 발목은 붕대로 대충 감아버려야겠다. 아프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신경쓰이게 하고 있어….
오늘 일지는 진짜 좀 역대급으로 엉망인 것 같은데…. 그래도 쓸 정신이나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아니었으면 오늘 일지는커녕 지금도 멍때리고 있었을텐데. 경험담이다, 물론. 그때는 거의 종일 멍때리다가 잘 때도 놓쳐서 이틀, 사흘만에 잠들고 그러기도 했으니. 그래도 지금은, 아직은 양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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