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4월 17일

날씨 - 흐린 듯 맑음

조강유 by 조강유
9
0
0

구름은 잔뜩 꼈는데 이상하게 해가 쨍쨍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이런 걸 맑다고 해야 하나 흐리다고 해야 하나.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애매모호했던 날씨만큼 애매모호한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화상 입었던 발목엔 새로운 물집이 잡혀있길래 그것부터 터트린 게 하루의 시작이었고. 이후에 발목이라 아픈 걸 잘 모르겠어서 그냥 평소대로 운동했다. 그리고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까, 그냥 지나갈까 생각도 해봤는데…이걸 람이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요한 씨가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누군가가 만들어줬다는 점에 있어선 차이가 없긴 한데. 근데 이거 뭘 만들어주신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먹긴 했고, 맛도 있었는데 요리 이름을 모른다….

여튼, 덕분에 점심도 해결 했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하기보다 마저 저녁 메뉴도 적어놓자면, 비빔국수를 서문 씨가 만들어주셨는데, 밥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계란볶음밥, 계란말이, 계란찜까지 해놓고 같이 먹었다. 다른 요리는 다 젬병인데 계란 관련 요리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유일하게 냉동식품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있는 요리랄까.

아, 그 사이에 블루벨 씨가 그동안 얻어 먹기만 했다고, 뭔가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냄비를 태웠다…. 우유 푸딩? 을 만들고 싶어하셨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 쓰는 건 어렵긴 하지…. 나는 예전에 매번 멍 때리고 살던 시절에 불 켰다가 그대로 집 태워먹을 뻔한 적도 있어서 냄비 정도면 양호하다 했는데 제대로 위로가 된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이후에 마르시아 씨가 블루벨 씨와 같이 만들자며 부엌에 가시길래 그 사이에 이거나 적자고 들어와 있긴 한데…. 솔직히 뭘 만들지 걱정이긴 하다. 이상한 걸 막 넣진 않으시겠지…. 아냐, 넣으려고 하면 블루벨 씨가 막아주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점심과 저녁 사이엔 동생놈에게 연락이 왔다. 전에 블루벨 씨와 작성했던 편지가 도착한 모양이더라. 정말…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아주 열심히 놀려먹더라….

거기서 시킨 거냐, 어느 센터 직원의 아이디어냐, 살다 살다 형이 편지 쓰는 꼴을 다 본다, 뭐라고 적었냐, 이제 좀 철이 들었냐….

…애석하게도 시킨 사람도 수행한 사람도 죄 군인인데 말이지. 굳이 해명하지는 않았다. 센터 직원분들이 여기서 편지 쓰기나 시키는 낭만주의자들이 된 걸 뭐 굳이 열심히 해명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보다 다행스러운 건 편지를 동생놈이 멋대로 뜯어보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부모님 앞으로 쓰긴 했어도 멋대로 뜯어볼 줄 알았는데. 조금 불안한 건 아직 부모님이 읽지 않으신 것 같다는 점.

동생 놈은 부모님이 바쁘셔서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는 하는데…. 저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는지. 항상 중간에서 중재한답시고 여기저기에 거짓말을 늘어놓기 바쁘니까….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 그전까진 그게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는데.

…동생한테도 따로 편지를 써줄 걸 그랬나? 근데 아까 놀려먹은게 괘씸하니까 그건 좀 나중으로 미뤄야지.

어, 박수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뭔가 완성된 모양인데. 뭐가 만들어져 있을지 불안 반, 기대 반이다….

내일은…아니, 조만간 부모님의 편지에 대한 감상 좀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Non-CP
캐릭터
#조강유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