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18일
날씨 - 적당히 맑음
하늘은 파랗지 않은데 날은 좋다는 말을 하는 걸 하고 있으면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 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물론 사실을 말한 것 뿐인긴 하지만, 글로 보면 이렇게 이상한 말도 없지 않나.
여전히 평화롭다 못해 단조로운 하루였다. 이제는 ‘익숙해지면 안될 것 같은데’같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이게 적응인걸까. 오히려 이제는 여길 나가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이곳에서의 하루가 지루했다거나 즐겁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시간도 몹시 짧았을텐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름대로 이곳 생활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다만 여전히 이 일지에 쓸 만한 일은 늘 적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갈수록 적어지고 있나…?
오늘은 오전에 운동한 것 외엔 방에서 나가질 않았던 탓에 적을 게 더더욱 없다. 멍 때릴 때도 밖에 돌아다녔던 주제에 왜 갑자기 방에 틀어박혔냐고…아무도 묻지 않지만 그냥 혼자 변명하자면, 그 때 다쳤던 발목이 이제야 조금 아픈 탓도 있고. 뭐, 하루쯤은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다만 덕분에 진짜 쓸 일이 아무것도 없는 건 어렵긴 하네…. 그냥 아무것도 쓰지 말 걸 그랬나?
뭐, 혼자 뭘 생각했는지 정도는 적을 수 있겠지….
두 주 동안 언제든 신청하라던 개인 상담에 관한 걸 생각했었다. 그 제안을 처음 들었던 날에 필요 없다고 하고 나왔었는데, 그 기간이 내일이면 끝난다는 걸 문득 떠올리고 나니, 내 몸의 흉터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뭐 이거에 관해서도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지금 내게 남은 상담거리라면 이게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뭐, 흉터가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걸 상담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 않나? 사실인데. 게다가 내 고민거리는 흉터가 징그럽다는 문제가 아니라, 이걸 가리느라 여름에도 덥게 다니는 쪽인데. 이걸 뭐…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 그것도 말뿐인 상담으로. 그러니 그냥 혼자 푸념이나 하는거지…. 상담사는 안그래도 늘 부정적인 말들 듣느라 힘들텐데 해결되지도 않을 푸념을 또 늘어놔 봤자 그 사람들 스트레스나 더 얹어주는 꼴이지.
여하튼 상담 기간이었던 두 주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가고 있고…. 내일이면 끝이었던가, 모레였던가…. 그럼 이제 4월 중순도 거의 지나가는 셈인가. 5월이 머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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