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4월 6일

날씨 - 맑음

조강유 by 조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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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가 제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떠났다.

그리고 누마가 떠난 자리에 씁쓸함이, 상실감이, 안타까움이 진하게 남아버렸다.

마지막으로 남긴 누마의 말이 너무 해맑아서, 천진해서…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겨우 웃어보이는 것. 아직은 아이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던 아이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는 것. 겨우 그것 하나 뿐이었다.

…이런 결말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아이 부모님의 직업을 들었을 때만 해도, 출장을 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마지막엔 그냥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모습만을 상상했지, 이런….

이곳의 평온함에 머릿속까지 절여지기라도 한 걸까. 왜 대책 없이 긍정적인 미래만을 생각하고 있었지? 무슨 근거로?

문득 첫날 혼자가 싫다고 외치던 아이가 생각났다. 외로움에 어쩔 줄을 몰라하던 아이. 낯선 어른들을 보고 훌쩍이면서도 차마 멀어지지는 못하던 아이. 그때의 그 울 것 같았던, 아니 울고 있던 그 얼굴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마 그것보다 훨씬 더 크게, 많이 울게 되겠지. 어쩌면 울다가 기절할 정도로 슬픔에 빠질지도 모르겠고.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는 건 언제가 될 지 알 수도 없겠지. 평생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테고. 아버지가 군복을 입을 때마다 영원한 이별을 두려워하게 되겠지.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그 모든 결과값을 받아들이라 세상이 강요한다. 참 불합리 하기도 하지. 아이에겐 참 잔인하기도 하지. 이제 5살인데. 내가 사고를 겪었던 때는 적어도 나이가 두자릿수를 넘어가기라도 했는데. 게다가 나는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이었지만, 아이는 제 부모 중 한쪽을 잃어버린 거니까. 나보다 상황은 훨씬 더 좋지 않고.

그러니 더 걱정되고, 안타깝고, 씁쓸하고….

아이 아버지는 그 비보를 어떻게, 언제 아이에게 전할까. 해맑게 ‘다음’을 기약하던 아이는 어떤 얼굴을 하게 될까. 네가 절망하는 얼굴은, 슬퍼 울음 짓는 얼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누마야. 알 누마이르 윤.

며칠간 어울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어버린 아이야.

불가능함을 알지만, 네가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다못해 너무 오래 슬픔에 빠져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마야. 네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슬픔에, 절망에, 네 사랑을 빼앗긴 괴로움에 지지 않길 바라.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네가 꿋꿋하게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 네가 강해지길 바라. 이미 상처 받아버렸으니, 그 상처를 발판 삼아 네가 강해지기를 바라.

네게 닥쳐올 불행을 알면서도 네 앞길에 행복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이게 얼마나 모순적인 말인지는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네가 걸어가는 길에 언제나 축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오늘의 불행으로 네 인생의 모든 불행값을 다 치뤘기를.

…오늘은 누마가 떠나서 허전하다는 것 외에는 딱히 쓸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다른 하소연 쓸 거리나 준비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그랬어야 했는데.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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