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5일
날씨 - 흐렸다가 맑았다가
아침엔 날씨 보고 흐리길래 ‘비가 오려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맑아지더라. 근데 또 완전히 하늘이 파래지진 않고 어느 정도까지만 밝아지다가…해가 졌던가. 요즘 좀 해가 길어져서 언제 졌는지도 모르겠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가 지고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일지를 써도 시간이 넉넉했는데, 이젠 해가 지면 좀 촉박한 기분이 든다. 분명 한순간 길어진 건 아닐텐데 왜 체감상 한 순간에 훅 길어진 것 같은지, 원.
원래 오늘 날짜엔 나무 심는 전통? 아니, 전통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하여튼, 나무 심는 날이었다고 하던데. 요즘엔 나무 안 심으려나? 여긴 주변이 이미 충분히 울창해서 따로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기는 하더만. 나무가 필요한 다른 지역은 지금 차고 넘치니까. 그런 지역에라도 다시 이런 날을 기억하면서 다시 나무를 심든 풀을 심든 꽃을 심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던전으로 황폐해진 곳이 어디 한두군데야….
오늘…도 역시 별 일은 없었는데. 음….
서문 씨가 늦게 일어났고, 아샤 씨가 오전에 일어난 거? 아니 이걸 왜 내 일지에 적어야 하는데. 이젠 내 오전 루틴도 너무 뻔해서 안 적는 지경이 됐구만….
아니다 별 일이 방금 생겼네.
어떤 두 사람(방금 상황을 보면 익명 처리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서워…. 나중에 알아서 자백을 하든 알아서 하겠지. 내 일 아님. 아무튼 아님.)이 마르시아 씨를 24시간 넘게 주무셨다고 놀리다가…샌드위치가 터지고 있다. 연어가 날아다니고 소스가 흘러내리고…. 하필이면 칠리소스라서 좀 섬뜩해…. 그리고 연어 아깝다. 진짜 아깝다. 연어……. 그래도 연어로는 그 시체라인 안 붙여주는구나…사람이 아니라서인가…. 붙이면 웃길 것 같긴 한데.
내가 가서 붙이라고? 그러기엔 난 저 대화에 끼지도 않았다. 그냥 멀리서 구경만 했지. 원래 누가 화낼 때는 멀리서 구경하는게 제일 재밌…아니, 안전하지. 누가 화내는데 가서 불 붙여봤자 양쪽으로 원성을 살 뿐….
하여간 저녁이 제일 소란스럽다. 이러니 일지를 늦게 쓰는 수밖에. 뭐라도 일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앞으로 누가 ‘연어가 날아다니는 꼴을 본 적이 있어?’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여기와서 별 경험을 다 하네, 진짜….
지금은 또 좀 조용해진 것 같은데…. 뭐 어떻게 해결이 된 거지? 알아서들 했겠지만. 덕분에 일지에 쓸거리가 생겼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쓸거리를 찾아내려니, 꼭 무슨 사건사고 바라마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조금 찝찝하네. 나도 지극히 평화롭고 잔잔한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러고보니 요즘 누마는 잘 지내고 있나? 다들 술 얘기할 때만 누마 얘기 하면서 은근슬쩍 말도 못하게 하고…. 정작 여기 와서 입에도 댄 적 없는데. 다들 깐깐하기는….
…방에서 몰래 먹으면……안되겠지…? 사실 어제 잠깐 생각났던 것 뿐이긴 한데, 뭔가 질색하는 반응을 보니 괜히 더 마시고픈 삐딱한 심리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들키면 더 귀찮을 것 같으니 일단 이건 패스하고.
내일은 또 뭔 일 있으려나. 아니면 아무 일도 없어서 또 내 개인사나 풀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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