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8일
날씨 - 맑음
며칠째 계속 맑으니 조깅하기 나쁘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역시 비타민 D 걱정은 필요 없지 않을까? 맨몸에 햇빛을 쬐는게 기본이라지만…뭐, 얼굴로 1시간 내내 받아내고 있으니 된 거 아닐까. 일단 손도 드러내고는 있으니까…. 다른 부분은 드러내기가 좀…그렇잖아…? 징그럽고.
덕분에 늘 여름에만 고생이지.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 다행이다. 프로젝트가 여름 되기도 전에 끝나는 것도 다행이고. 여기 사람들 분명히 물어봤을 거라고. 덥지 않냐? 라던가, 왜 더운데 긴팔을 고수하고 있냐? 라던가.
뭐, 아무래도 좋을 건 됐고. 간만에 또 적을 게 없던 일상이라니, 새삼 반갑기까지 하네.
적당히 나쁘지 않은 기분, 별로 특이할 것 없는 일상.
아, 특이할 거 없는 일상은 아니었나. 식물 하나 나타나고 지금까지도 난리니.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식충식물 때문에….
벌레를 불러들이겠다는 아샤 씨와 절대 못오게 하겠다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전쟁…. 사실 나도 식충식물이 벌레 먹는게 좀 궁금하긴 했는데. 다들 너무 질색해서 차마 아샤 씨에게 협조할 수는 없었다. 뭐, 건물 내에서까지 벌레에 시달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 애초에 야외, 그것도 숲에만 가도 득시글하게 있을텐데 뭘 굳이 불러들이기까지 하나….
그래도 궁금하긴 해. 어떻게 먹는지, 진짜 바퀴벌레까지 먹을지. 나중에 물어봐야지.
오늘은 뭐 먹자고 시끌시끌 했던 것도 딱히 없었고…오전 루틴은 늘 똑같…아니,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던가? 하여튼 루틴 자체는 늘 똑같으니까, 뭐.
별달리 쓸 것도 없으니, 오늘은 며칠 전에 생겼던 납득 못 할 단어? 문장?에 대해서나 하소연 해봐야겠다.
‘세상 물정 모른다.’라는 말인데. 이 말을 듣고 나서 내내 납득이 안되는 중이라.
일단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어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고. 정확한 의미가 뭘까 해서 검색해 봤는데, 역시 좋게 해석되는 경우는 단 하나도 없더라. ‘지식이 별로 없다’,‘지혜가 별로 없다’,‘경험이 별로 없다’…. 이것만 보면 멍청하다는 소린가 싶기도 하고.
순진하고 아둔하여 사리분별을 못한다, 라는 뜻을 보면…더 납득이 안되는데. 순진이란 단어가 왜 나한테 적용되는 거지? 내가 사리분별을 못하나? 사회생활을 잘 못한다는 뜻도 있는 것 같았고.
넓게 보지못하고 테두리안에만 갇혀있는 사고방식, 이게 그나마 조금 납득이 되려나. 그래도 내 사고방식이 그렇게까지 갇혀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한 말일까…. 뭐 안 좋은 소리를 들어서 신경 쓰인 것 뿐이고, 내 삶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평생 병원, 학교, 군대에서만 사회생활을 했던 내가 세상 물정을 좀 모를 수도 있지…. 그나마도 학교는 제대로 다녔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고. 병원에선 의식이 없거나, 고통에 잠겨 있거나, 진통제에 절여져 있거나 하기나 했고.
새삼 쓰고 보니 세상 물정 아는 편이 이상할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일단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경이 쓰인다. 뭐 신경 쓰인다고 한들 뭐 어쩌겠냐만은.
아, 그리고 저 말이랑은 또 다르게 요즘 들어 ‘성실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맨날 살던대로 살고 있는데 새삼 왜들 그러는지.
그리고…쓰다보니 쓸 게 많네?
상점에서 헤어 체인지 물약을 사서 사용했다는 걸 쓰는 걸 깜빡했다. 내 눈에 머리카락이고 눈썹이고 잘 안보이니까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냥 민트색 생각하고 마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밝고 눈에 띄어서 처음엔 좀 당황했다. 진짜 눈에 너무 띄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했고….
미용실에서 이 색으로 염색하자고 했었다간 내 두피가 다 녹아내렸을 거다…틀림 없이…. 그냥 빨간 머리로 하길 잘했어….
그나마도 처음 색깔 다 빠져서 얼른 검은색으로나 돌아가고 싶다.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었는데, 요한 씨가 산딸기 푸딩 같다고 한 다음부터 좀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내 눈엔 안보이니까 금방 잊어버리긴 하지만.
오늘은 아까 낮에도 졸려서 커피를 마셨는데, 지금도 좀 졸리네. 일지도 썼겠다, 조금 일찍 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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