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4월 9일

날씨 - 끝내주게 맑음

조강유 by 조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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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날짜를 적으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언제 4월 초가 다 지나가고 있었지? 시간 참 빠르다…. 매일 뭔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빠르다니 신기한 일이다. 원래 바빠야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그런 거 아닌가?

그동안은 맑다고 해도 아침나절에는 조금 흐리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냥 아주 하루종일 쨍쨍했다. 정말,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고. 오죽하면 아까 낮에 블루벨 씨가 날씨가 좋으니 산책 해보라고 하시더라. 근데 블루벨 씨, 날씨가 보이시나…? 햇빛이 느껴지셨나…?

오늘도 마냥 평화로운 하루였고, 별 일도 없었고, 심지어 오늘은 식사 시간에도 그다지 시끄럽지 않아서 유별난 에피소드가 없다.

오전엔 조깅하고, 람이 만들어놓은 초코빵(뭔가 이름이 있었는데 희한한 이름이라 잊어버렸다.) 먹고, 단련실에서 몸 좀 풀었고. 점심엔 샌드위치 먹고 내내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었다. 저번 단체 상담 때 들었던 그 사건 조사를 좀 하고 싶어서…. 난 그 사건에 대해선 이름만 아는 정도니까. 그리고 저녁엔 서문 씨가 만들어주신 볶음밥 먹고 제레미 님이 주신 캔커피를 쟁여놨다.

그리고 그 캔커피는 지금 땄지.

다들 이제 슬슬 상점 아이템을 사서…아니 그냥 다들 랜덤박스만 구매하는 것 같은데…아니 이것도 일단 사는 게 맞긴 하지. 하여튼, 거기서 나온 아이템들도 쓰고 그러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머리카락 색 바뀌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나…. 머리에서 빛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나 이제 민트색 보기 힘들 것 같아…….

동물 귀 머리띠를 대체 어디다 쓰냐고 했는데, 정작 남이 쓰는 걸 보는 건 재밌을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써봤자 나는 보이지도 않잖아. 머리색 바꿨을 때 절감했지. 나는 보이지도 않는데 다들 머리색이 빛이 나네…안전 표지판 같네…. 머리가 짧지 않았더라면 좀 보였으려나. 그러고보니 여기 상점 아이템 중에 머리 길이 길게 해주는 건 없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전에 학교 다닐 땐 목 덮을 정도로 머리 길었었는데. 문제는 관리도 잘 안했고, 그냥 머리 자르러 학교 외의 장소를 갈 생각도 기력도 없었어서 길어지면 길어진대로 놔둔거라 꽤 지저분했지…. 그래도 생머리였으면 그렇게까지 지랄나진 않았으려나….

뭐, 지금 짧아진 머리가 편하고 좋으니 됐지. 그보다 상점에 새로운 물건 들어왔던데. 오색알? 저거 하나 사볼까 계속 눈독 들이고 있는데, 정작 일주일 동안 품에 데리고 다니라는 설명에 조금 망설이는 중이다. 저런 거 내내 들고 다니면 신경 쓰인단 말이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 싶고, 막….

아, 맞다. 그러고보니 어제 아샤 씨에게 새로 생긴 식충식물에게 이름이 생겼더라. 언제 붙였는지 모르겠는데 ‘디오네’라고 한다더라.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학명에서 따왔다고만 했다. 무슨 학명인지 물어봤는데 답이 없었다…. 뭐, 식충식물의 학명이겠지. 근데 벌레 먹는다는 것과 이름의 이미지가 좀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런 거랑은 별개로 아샤 씨 작명 솜씨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오, 방금 람 머리가 검은색이 됐다.

…이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뭔가 새삼 어제자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것도 같고…아닌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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