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14일
날씨 - 매우 맑음
요새 일지를 좀 부랴부랴 썼던 것 같아서, 반성의 의미로 일찍부터 무언가를 써보려 한다. 물론 언제나와 같이 쓸 건 없기 때문에 그냥 펜만 들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차라리 부랴부랴 썼을 때가 생각 없이 뭔가를 쭉쭉 쓸 수 있었던 것 같은데…시간을 들여 쓰자니 도대체 뭘 써야 할 지 더더욱 모르겠다. 오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말 소란스러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하루였기에 더더욱…아, 그런데 저녁 들어선 조금 시끌시끌해졌다.
정말이지, 블루벨 씨의 실행력은 굉장하다…. 그리고 실행력 뿐만 아니라 성과도 좋다…. 지금 몇 명이 모인거지?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아니,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여튼, 노숙인지 파자마 파티인지 모를 것을 하겠다고 옹기종기 모인 와중에도 이걸 쓰고 있자니 민망하긴 하군. 하지만 안 쓰면 안 쓰는대로 여기서 놀림거리가 될 것 같으니 꿋꿋하게 뭐든 써야지.
음…오전엔 늘 똑같았고. 아, 바깥 날씨 온도가 정말 많이 높아져서 이제는 뛰고 오면 완전 땀범벅이 되더라. 쉽게 빨고 잘 마르는 옷으로 챙겨 입었어야 했는데, 오늘은 그만 평소대로 입고 뛰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다. 온도가 이렇게 훅 높아져 있는 줄 몰랐지…. 어제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침엔 낮만큼 덥지도 않은데, 이러면 낮엔 이제 여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게 되지 않나?
하여튼, 그리고 단련실에서 이런저런 훈련…이거라도 자세히 써야 하나? 근력 운동, 장검 기본 자세 훈련, 단검 던지기, 창 던지기, 창술 기본 자세 훈련, 그리고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전부 마치고 나서 씻고, 도서관에서 책 좀 읽다가….
요즘 읽는 책은 영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센티넬의 위험도에 관해 줄줄이 늘어놓고 있는 글자들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나빠져서…. 읽다가 덮었다가, 다시 읽어보다가 그냥 책을 베고 자버리고…. 그냥 다시 소설이나 읽을까 싶다가도, 이왕 꺼낸 거 끝까지 읽어야지 하는 오기가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그런 나날들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그냥 읽다보면, 센티넬이 아예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이건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인정할 수밖에…), 그래도 2043년부터 [대(對) 센티넬 가이드 행동 방침]이 나오고 있는데다, 행동 방침을 다시 읽다보면 결국 센티넬의 폭주는 가이드에게도 책임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그냥 혼자 생각하는, 말도 안되는 억지에 가까운 말이라는 것은 알지만. 센티넬 본인들도 패널티 때문에 고생스러울텐데 사람들로부터 ‘시한폭탄’이니 ‘지뢰’니 하는 말을 듣는 건 좀 억울한 처사가 아닌가 싶은거지….
근데 왜 이런 이야기로 왔지? 아, 책. 이게 다 단체 상담 때문이다. 그 이후로 괜히 그런 책은 찾아봐서….
여긴 은근히 생활 자체는 평화롭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하게 만들어 놓고선, 또 은근히 마음은 불편하게 만들어놓는 재주가 있다. 저번 누마 일도 그렇고. 대체 스트레스를 주지 않겠다는 건지, 은근한 스트레스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일지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마시멜로 먹고 정신도 좀 차렸으니 다른 사람들 구경하는 거에나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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