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4월 13일

날씨 - 몹시 맑음

조강유 by 조강유
11
0
0

이야…오늘은 정말 여기 온 이래로 가장 아무 일도 없었다.

사람들이 로비에 모여 떠들지도 않았고, 식사를 챙긴다며 소란을 떨지도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이곳에 온 이래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가 된 느낌이려나.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는…그래, 마치 긴 임무가 끝나고 오랜만에 나 혼자 지내는 집으로 돌아간 느낌. 분명 익숙해야 할 느낌일텐데 그 사이 이곳의 소란스러움에 적응해버렸나, 주변의 소음이 없는 것에 괜히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게 되더라.

뭐, 그건 그거고. 그래서 오늘 내가 한 일을 적어보라고 한다면…역시 매일 하던대로 날씨 이야기부터 써야 하려나. 며칠 잠깐 내내 흐리더니 맑은 날씨가 돌아왔다. 요 며칠 회색의 하늘 좀 봤다고 밝은 하늘색을 보고 있자니 반갑더라. 구름 한 점 없는 건 늘 봐도 신기하고. 어떻게 구름이 아예 없지. 하늘색 도화지라도 보는 느낌이다, 그런 하늘은.

온도는 이제 슬슬 여름으로 갈 준비를 하는 것 마냥 더워졌다. 아주 곤욕스러운 계절이 슬슬 다가오는 것이 잘 느껴지는 더위더라. 돌아다니는 연구원들 중엔 간간이 반팔을 입고 있는 이들도 있던데, 부러운 일이지. 그러고 보면 흉터를 지워주는 물약 같은 건 없나…. 벌써부터 꽤나 더운 걸 보면 이번 여름도 아주 고생스럽겠구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벌써부터 한숨밖에 안 나와…. 좀 시원한 긴팔 같은 건 없으려나….

그래도 단련실은 실내라 아직 그렇게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마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까지 이 정도겠지. 여름이 오기 전에는 끝나니까. 뭐, 실내는 여름이 오더라도 에어컨을 틀어주겠지만….

최근엔 늘 책이나 단련 이야기만 했으니 좀 다른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데, 일지를 쓰자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여기에 아침 조깅에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까지 늘어놔야 하는걸까….

나름대로 조깅할 때는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는 버릇이 있는데, 요즘엔 마냥 신나는 것보다도 뮤지컬 음악들을 틀어놓고 있다. 뮤지컬 넘버들은 대체로 화려한 편이라 듣고 있다 보면 내 기분까지 조금 고양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요즘 좀 익숙해진 넘버들을 듣다보면 조깅한 시간도 알 수 있어서 일석이조 같달까.

얼마 전까진 그냥 신나고 BPM 빠르고 요란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했었는데. 어차피 한 쪽만 오래 들으면 질릴테니 이것저것 번갈아 가며 듣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평소에 듣는 음악이라고 한다면 뉴에이지 음악이나 잔잔한 배경 음악 같은 것들을 틀어놓고 있는데…. 여기 온 뒤로는 그런 종류의 음악을 틀어놓을 새는 없었던 것 같다. 음악을 틀지 않아도 조용한 날이 없었으니…. 그런 걸 듣고 싶었다면 오늘이 기회였겠지만, 정작 오늘은 틀 생각도 못했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에야 ‘틀어놓을 걸….’이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이러다 프로젝트 끝나고 혼자 지내는 집에 돌아가면 외로워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뭐, 그거야 사실 현장 나가면 해소될 감정이긴 하지만.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Non-CP
캐릭터
#조강유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