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3월 31일
날씨 - 맑음
3월의 마지막 날은 아주 맑았다. 푸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해가 떨어지면 춥긴 해도,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완벽한 봄인지라 조깅 할 때나, 산책 할 때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 몇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옛날에는 꽃보다 새싹이 먼저 피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다는 걸 실제로 지켜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뭐 시답잖은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일단은 일지니까 뭐든 적어보자면, 정말 아까 요한 씨가 말했듯 아무 일도 없었다…쯤 되려나.
서문 씨가 말씀하신대로 뭐 먹었는지 메뉴라도 적어보자면…음…소면? 구황작물? 정도?
결국 일과에 대한 건 정말 쓸만한 게 없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고, 조깅 하고, 단련실에서 몸 좀 움직이는 건 당연한거고. 점심은 간단하게 대충 때우고 도서관이나 온실에서 책이나 몇 권 읽다가, 저녁엔 소소하게 사람들하고 대화…같지도 않지만 하여튼 몇 마디 나누고.
그리고 일지를 쓰려고 종이를 들고 있자면, 딱히 쓸 게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결국 늘 쓸게 없다고 징징거리나 혼자 사소한 잡담이나 늘어놓는게 이 일지의 전부가 됐지…. 근데 또 아무말이나 쓰다보면 재미가 없지는 않아서, 뭐라도 끄적이게 되고.
오늘은 뭐에 대한 잡담을 늘어놔볼까…. 아, 어제 동생하고 통화한거에 대해 늘어놓아볼까.
…생각해보니 통화가 너무 오랜만이라고 잔소리만 잔뜩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한테 안부나 전해달라는 말에는, 이제 슬슬 직접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이 돌아왔었지…. 내가 제 말엔 별로 반박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전부 뼈를 때리는 것들 뿐이야. 하여간 똑똑하기는….
여튼, 부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신 것 같고. 내가 당장 전방에서 좀 물러나 센터에 들어와 있으니 좀 걱정을 덜으신 것 같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말해놓고 허겁지겁 ‘전역하란 뜻은 아니야!’하고 급하게 덧붙이던 목소리란.
똑똑하기 그지 없는 동생 녀석은 착한 성정 역시 변함이 없어서. 끝내 ‘알고 있다’는 내 답을 듣기 전까지 계속 전전긍긍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 물러 터진 녀석….
내 몸도 당장 아무 이상 없고, 마음도 평안하고. 내 가족도 여전하니.
3월의 마지막은 아무 이상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 할 수 있겠다.
이제 찾아올 4월 역시 평안하고 아무 일 없기를 기대하며, 너무 평화로웠기에 정말 쓸 말이 없었던 오늘의 펜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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