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4월 1일
날씨 - 매우 맑음
언제나 4월의 첫째 날은 약간의 긴장이 필요한 날이었다. 만우절이라는 명목 하에 후임 녀석들이 온갖 장난을 치곤 하는 날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긴 후임 놈들이 없는…아니, 오히려 선임이 많은 것 같은데. 아니,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하여튼 그래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겠지, 하고 좀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는데. 예상대로 평화로웠다.
응? 문장에 반전이 없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 내 일긴데. 아니, 일지.
오늘은 점심 조금 지난…아니, 그것보단 그냥 아예 오후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군.
오후에 아샤 씨가 갑자기 꽃놀이 이야기를 꺼낸 덕분에 잠시 정신이 없었지. 왜 갑자기 꽂혔는지 모르겠는데…하여튼 꽃놀이 가자고 하면서 드러눕기까지 하는 바람에. 다들 좀 시큰둥해 보였는데, 누마까지 드러눕는 바람에. 결국 다들 어쩔 수 없다는 기분으로 뭔가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와중에 또 뤽셀 씨가 누워버리셔서…. 쓰고 보니 아주 그냥 다들 눕기 바빴구만? 게다가 제레미 님도 늘어지시고. 뭐야? 나가서 꽃구경 하나 하는데 나가는 일만 해도 왜이렇게 정신이 없었어?
그보다 뭐 꽃구경 가면 대체 뭘하나, 했는데.
…정말 앉아서 꽃구경만 하는 거더라. 다들 기력이 없는 탓이 컸겠지만…. 역시 소설이나 TV에서 보던 건 그냥 공상 같은 거였던거지…응…. 그래도 누마는 기뻐 보였으니 된 거 아닐까. 어차피 다들 누마(+아샤 씨) 때문에 반강제로 끌려 나간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했고. 아니, 다들은 아닌가. 뤽셀 씨랑 제레미 님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긴 하던데, 뭐, 난 사진에는 관심이 없어서. 인터넷에 사진 검색하면 잘 찍은 것들 우르르 나오던데 굳이 내가 왜….
뭐, 덕분에 올해 볼 꽃은 다 본 것 같다. 이 프로젝트에 있는 동안에나 누릴 수 있는 호사였겠지.
아…그래도 사진 몇 장 찍어서 동생 보내줄 걸 그랬나? 뭐, 거기서도 알아서 보고 있겠지만….
나름대로 월요일이라고 바쁘게 지내보려고는 했는데, 이 한정된 공간에선 그것도 어렵다는 것만 깨달은 하루였다. 꽃놀이를 갔다 왔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다는 걸 보고 좀 황당할 정도였으니. 이러다 조만간 요일 감각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뭔가 나름대로 큰일이 있었는데도 영 쓸 게 없는 걸 보면…조만간 진짜 20자 내외로 쓰고 말거나…아니면 도서관에서 읽은 책 감상문이 되거나, 그도 아니면 여기서 종종 하는 전투 상황 복기 때 생각난 몬스터에 대해 서술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일상으로 돌아가도 매일 비슷비슷한 일들만 일어날텐데, 내 일상과는 전혀 다른 동떨어진 곳에 와서도 하루하루가 비슷하다는게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이건 적응력이 빠른 걸까, 느린 걸까.
아, 그러고보니 상점 포인트가 100이나 쌓였던데. 이거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다. 좀 써야 할 것 같긴 한데, 정작 세자릿수 딱 맞아떨어지니 쓰기가 아까워졌다. 딱 떨어지는 숫자, 좋잖아. 그렇다고 더 모으고 쓰자니, 이거 뭐 여기 센터에서만 쓸 수 있는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현금으로 환전도 안되는거…그냥 눈 딱 감고 쓰는게 좋을까…. 하여튼 뭔가 재화라고 하면 일단 모으고 보는 습관이 문제라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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