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테라퓨틱 일지

2055년 3월 28일

날씨 - 비

조강유 by 조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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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가 자주 오는 것 같다. 이 지역, 요즘 우기인가?

그래도 저번처럼 비가 온다고 기분이 쳐지지는 않아서 다행인 하루였달까. 오늘은 그냥 하루종일 좀 나른했다고 해야 하나. 오전 시간에 간만에 몸을 좀 격하게 움직인 탓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슬슬 이곳 생활이 너무 심심해진 탓이겠지.

오전에 스트레칭 후 조깅한 뒤에 단련실에서 한바탕 운동-근력 운동과 순발력 집중 훈련 정도-을 했고. 그리고 씻으니까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났던데. 굳이 뭘 챙겨 먹기보다는 그냥 쉬고 싶어서 멍하니 앉아서 그냥 저녁이나 먹을 생각 하고 있었는데, 여긴 끼니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서.

람 씨가 해물파전이 있다기에 식당으로 꾸물꾸물 기어갔다.

아니 솔직히 비 오는 날 해물파전을 어떻게 넘기냐고. 아, 사실 막걸리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도 있는데 술 얘기한다고 잔소리 할 사람이 또 한가득이라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라도 써놔야지.

뭐, 하여튼 그렇게 점심도 먹고 딱히 할 게 없으니까 나중에 누마에게 읽어줄 동화책이나 찾아볼 생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 몇 권 집어들고 읽다가…졸았다. 아니, 거의 푹 잤지.

솔직히 동화책이 별로 재밌지는 않더라고. 죄다 용사가 어쩌고…왕자님이 어쩌고…공주님이 어쩌고…. 와중에 센티넬과 가이드를 영웅화 해놓은 동화책도 있던데. 어떤 작가가 썼는지 아주 환상을 잔뜩 넣어놨더라. 그 정도면 금서 지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몬스터랑 싸우는 센티넬과 가이드가 그렇게 환상적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고, 백전백승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 이전에 세상이 동화 같다면 정말 좋겠지. 사실 지금에 비하면 던전이 나타나기 전의 세상은 충분히 동화 같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아, 그런데 동화가 나 어렸을 때와는 내용이 정말 많이 바뀌었더라. 그 땐 동화에 나쁜 존재랍시고 늘 마녀나 나왔었는데. 이제는 뭐 그냥 다 몬스터야. 하긴, 마녀를 더 이상 악하다고 표현하기엔, 센티넬들이 다 마녀 같았겠지.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마법같은 능력을 펑펑 써대니까.

다만 동화라 그런지 그들의 패널티에 대해선 자세히 서술해놓은 책은 없었다. 그야 뭐, 주인공이 패널티로 괴로워하는 장면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그래, 동화책에 정확한 고증을 바라면 안되는 거긴 한데…. 그래도 그들의 패널티를 가이드만 있으면 다 낫는다는 식으로 서술해 놓은 건 수정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출판사에 건의해볼까….

오늘도 뭐 딱히 별 일이 없었어서 동화책에 대한 이야기나 구구절절 늘어놔버렸네.

너무 간만에 평범함 속에 떨어지니까 요즘 좀 예전의 무기력했던 생활이 자꾸 생각난다. 억지로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금방 그때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물론 그때와 지금은 마음가짐 면에서 많은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평범한 건 좋은거니까. 조용하고,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 이걸 또 언제 누려보겠나 싶기도 하고. 무슨 일이 터지는 것보다야 이게 훨씬 낫지 싶긴 하고. 심심하단 불평을 할 정도라니, 너무 배가 부른 소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어쨌든 오늘도 평화롭게 아무런 이상 없는 하루였고. 내일은…음, 내일도 뭐, 별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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