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
마침내 실비는 하나의 결심을 맺었다. 그것은 타인이 본다면 작고 초라해 보이는 말이었으나 넓은 양피지 위로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과도 같다. 실비는 철저한 계산을 비롯한 치밀함이나 담대함은 가지지 못했으나 남 못지않은 결단력이 있었으며 진솔함이 무기였다. 행동으로 옮기기에 힘든 일은 없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길면 하룻밤 정도일까. 생각을
한참 동안 그리 기대고 서있었더란다.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기대고 그의 등을 방패 삼아 가만히 창가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맞으며 온기를 빌렸다. 침묵이 이어지는 시간 동안, 홀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 소리나 창밖의 풀벌레 소리 따위들은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웅웅 울려댔다. 둘이서 끌어안고 물속에라도 빠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빠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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