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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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창가로 바람이 불어들어온다. 겨울을 앞둔 가을은 꽤 춥다. 파충류들의 움직임이 굼떠지며 동면할 은신처를 찾는 시기다. 너덜해진 종이 속 글씨를 눈으로 훑는 내내 단테는 말이 없다. 보통의 경우 단테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은 조금 다르다. 이럴 때가 꽤 곤란하다. 보통 사람들은 떠나고 싶다고 떠나버릴 수가 없다. 혈연이 그렇다. 내내 그 자리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단테는 태연히 씻고 몸을 말리고 잠자리에 눕는다. 동작하지 않는 지팡이는 서랍장 위에 올려둔다. 평소와 별다를 것 없다. 룸메이트가 간간히 뒤척이며 나는 시트의 부스럭거림, 그리고 그로 인해 이불 사락이는 소리가 들리는 밤이다. 어렸을 때의 일이다. 열이 크게 올랐던 적이 있다. 그 당시의 단테는 그저 듀크스 병에 걸린 어린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