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비
아즈마를 위한 파반느
보더, 타마코마 지부 소속 A급 전투원이자 사이드 이펙트 보유자, 자칭 실력파 엘리트 진이 볼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사람의 미래였다. 따라서 살아있지 않은 자의 미래 또는 사물의 미래는 볼 수 없었고, 진의 눈앞에 있는 그것은 둘 모두에 해당하였으므로 진은 그것의 미래를 볼 수 없었고 거기까지는 예상 범주에 속한 일이기도 하였다. 음, 역시. 안 보이네.
292. 왜냐면 당신은 결국 당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테니까. 당신은 당신이 판단한 결정대로 행동하길 망설이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당신을 구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알아. 비겁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지금도 당신의 ‘스크린’은 바뀌지 않으니까. 당신은 바뀌지 않는 사람이니까. ‘바꾸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보인 것은 분명 사람의 손이었다. 사람의 손을 보았기에 구조대원에겐 망설일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급히 동료에게 무전을 한 그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 잔해를 함께 들어 올렸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은 한 남자를 구조했으니 벌써 사흘 전 일이었다. 잔해에서 구조되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던 남자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 팬아트입니다. 여든여덟 개의 건반 위를 막힘없이 흐르는 손가락은 오래전 당신이 일러준 대로 암기한 악보를 따라 움직인다. 마디와 마디 사이엔 음표와 쉼표, 조표가 그 안을 빈틈없이 채우고 이따금 이전과 다른 박자를 주문하는 박자표가 그 안에 있기도 한다. 그 외에 스타카토 같은 악상 기호가 주어진 음의 길이를 짧게 줄이기도 하는데, 그 뒤 페르마타가
모든 것이 여기 있었으니 떠날 수 없었다. 여전히 여기 있기에. 이제는 영원히 여기에 당신이 있을 것이기에 떠날 수가 없었다. 별수 있겠나. 당신이 여기 있겠다는데. 그게 당신의 뜻이라는데. 당신을 두고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만 혼자 당신을 이곳에 둔 채로 떠나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당신은 떠나지 못하는데. 당신은 떠날 수가 없는데……. 누나의 장례
이야기에도 끝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에도 끝이 왔다. 노이즈까지 한데 섞인 모든 소리에서 그는 제가 아는 목소리를 구별해낼 수 있었으니 그쯤이야 조금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진상을 확인하기란 이토록 간단하고 편했다. 어려운 것은 확인이 아닌 진상일지니. 조금도 쉽지 않을 인정일지니. 장치에 저장된 녹음된 음성이 그대로 재생되었다. 녹음 속 목소
‘스나이퍼는 발견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그가 오래전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친 스나이퍼의 기본으로, 기본에 충실히 행동한 아즈마 하루아키는 뛰어난 스나이퍼였으나 아쉽게도 가장 뛰어난 스나이퍼까지는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련한 스나이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트리온체가 파괴되어 본체로 돌아온 직후 사선을 피해 몸을 숨긴 그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앉아
이미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자신은. 위선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고, 당신은. 그러다 살해당할 거라고. 그러다 죽을 거라고. 그제야 알게 될 거라고. 그제야 당신은 무엇을 알게 되나? 네이버가 적이라는 것? 우리는 적극적으로 그들의 구제에 힘써야 한다는 것? 죽은 뒤에야 알게 되나? 죽은 사람이 무얼 알 수 있는데. 무얼 할 수 있는데. 아는 건 산 사
병원에서 보더 본부 내 구금실로 옮겨진 그것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더의 엔지니어들은 유능했으므로 그들은 곧 그것이 트리온으로 이루어진 신체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즉, 트리온체였다. 한편 그것은 보더 내부자들 사이에서 ‘그것’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자신을 ‘아즈마 하루아키
* 폭력성, 잔인성, 사망소재 주의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보인 것은 분명 사람의 손이었다. 사람의 손이었다고 한다. 사람의 손을 보았기에 구조대원에겐 그를 구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급히 동료에게 무전을 한 그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 잔해를 함께 들어 올렸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은 한 남자를 구조했으니 벌써 사흘 전 일이었다. 사흘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