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스나이퍼를 위한 파반느

Happy Birthday

월드 트리거. <볼레로> 외전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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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요.”

가르치는 아이에게서 케이크를 받았다. 분명 그 주변 어른들에게 떠밀려 대표로 케이크를 들게 되었을 아이는 긴장했는지 팔이 빳빳하게 굳어 있었지만 다행히 떨어뜨릴 것을 염려할 만큼 팔을 떨진 않았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얼른 케이크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 인사하면 어색하게 미소 짓는 아이다. 자주 해본 이벤트는 아닌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저에게도 그럴 일이 많지는 않았었다. 누군가 시키면 했지만, 저 역시 언제 했느냐고 하면…….

“고맙지?”

“왜 네가 뿌듯해해.”

탁자 위로 케이크를 옮겨둔 뒤 다시 몸을 돌렸다.

“생일 축하해. 슈지.”

“…….”

태어남을 축하받는 데, 태어남에 유감이 있지 아니하다면 기쁘지 아니할 까닭이 없었다. 살아있음에 유감이 있지 아니하다면 거부할 까닭도 존재하지 않았다.

“뿌듯해해도 괜찮잖아?”

“할 말 있어?”

“아니.”

요네야가 씌워주는 고깔모자를 쓰고 카코가 당기는 폭죽 속 종이 타래를 맞으며 눈을 깜박였다. 가리키는 사람에게로 손을 내밀어도 스칠 일은 없었다. 그러므로 내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빈 손을 들었다가, 그대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나도 쓰다듬어 줘!”

“하지 마.”

그대로, 가려지는 이에게서 눈을 떼었다. 그대로. 아래로. 옆으로. 시야 밖으로.

자주 해본 이벤트는 아니라서 그런지 아이에게선 조금 움츠러드는 면이 보였다. 어쩌면, 조금 더 자주 하면 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도 오래전 어느 날에는 이런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랄수록, 그럼에도 모르겠는 것들 속으로.

시간이 흐르고, 자라고…….

시간이 흐르면, 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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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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