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Album 5

월드 트리거. 스와카자 SF 안드로이드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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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지 않는, 과거편

임무는 실패했고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너는 돌아왔다. 우리는 여기서 ‘돌아오다’란 동사와 ‘너’란 명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임무는 실패했으나 유능하기론 버금을 허용치 않는 너의 부대는 너를 두고 올 생각 따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너’는 돌아왔고, 다만 거기에 너의 의지는 없었다. 너의 의지 없는 귀환. 너의 의지, 그것을 ‘너’라고 본다면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문장은 참이고 의지가 없는 육신, 비록 그뿐일지라도 그것을 너라고 인정한다면 네가 돌아왔다고 말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러니 너는 돌아왔고, 동시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 너였고, 동시에 네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나였다. 네가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상관없이 그냥 나, 그대로인 나.

너를 좋아했던 나. 너는 모를, 모르는, 너는 모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는, 그런.

그런…….

너를 남겨둔 채 전쟁이 끝났다. 아직 혼란에 잠겨 있는 미카도시와 불안에 잠겨 있는 시민들, 좀 더 이기적으로 파고들자면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쯤 나는 끝나지 않는 잔업에 지쳐 잠시 엎어져 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 이 전쟁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그 애를 만났다. 어쩌면 너와 더 친했을지도 모를 녀석이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스와 씨.

그 애는 코트 차림이었다. 날씨가 쌀쌀하니 그럴 수 있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나는 나도 아는 새에 미간을 찌푸리고 그 애를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건대 나는 그 애를 나무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그 애가 아니라 그 애의 코트 차림이다. 차림새에 분노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들릴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그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와.

“타치카와. 너도냐?”

그제쯤 있었던 일이다. 대충 그날 치 일은 마무리되어 일을 도와준 사사모리에게 일어나보자고 말하며 트리온체를 풀었는데, 아이의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묻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스와 씨. 사실 저.

조금 무서운 것 같아요. 원래 몸으로 있는 것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란 어찌나 무서운지.

사사모리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는 그들이 겪는, 대표적인 후유증 그 첫 번째였을 뿐이었으므로.

“스와 씨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라고는 묻지 않았다. 그 전에 먼저 그답지 않게 주변을 둘러본 아이가 다시금 스와와 시선을 맞췄다. 후일 생각하기로는 이즈미라던가 그의 부대원이 나타나진 않을지 조금 경계했던 것 같다. 그 역시 한 부대를 이끄는 대장이지 않았나. 그러나 스와에게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애들에겐 비밀이야.

그리 말하고는 트리온체를 해제했다. 스와는 눈을 깜박이지도 못하고 물었다.

“야, 너…….”

“미리 말하는데 싸운 건 아니야. 붙잡으려다가 넘어져서 구른 것뿐이니까.”

인대가 늘어났다며 가볍게 깁스로 감싸인 팔을 들어 올리는 그의 얼굴에도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라고 물을 필요는 덜었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다는 거니까. 어차피 제 부상을 보이기도 했겠다 이제 와 감출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타치카와는 순순히 말했다. 어제, 추모식이 있었던 공원에 오늘, 본부로 가기 전 혼자서 털레털레 가보았더랬다. 손에는 꽃 한 송이를 쥐고 도착한 그곳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울고 있었고, 그러다 그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어느 부인을 포착. 붙잡는다고 붙잡았는데 하필 헛디딘 곳에 열두 단 정도로 이뤄진 그리 높진 않은, 그래서 다행인 계단이 있었다. 부인은 무사히 계단 위로 올려보내고 저는 영웅처럼 추락. 그래도 그 뒤에 바로 병원에 다녀와서 지금 꼴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스와는 이마를 짚었다. 그랬으면 트리온체로 쫄래쫄래 나다니는 게 아니라 쉬었어야지, 이 자식아. 그랬다간 좀이 쑤셔서 죽었을 거야, 진짜로. 틀림없다고 말하는 그에게 ‘죽는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이제 와 말하는 것은 도리어 죽음을 과하게 신경 쓰는 걸 드러내는 꼴이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대신, 녀석이 들어야 했을 말을 들려주기로 했다. 들키지 않도록 숨기느라 듣지 못했을 말을. 그래도.

“잘했네. 제법 멋진 행동을 했잖아, 너.”

“글쎄. 잘 모르겠어, 스와 씨.”

그런데 의기양양해야 할 줄 알았던 녀석의 태도가 썩 밝지 않았다. 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었어?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그가 부인을 바로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털어놓는다. 부인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말을 걸기 위해 그쪽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왜 말을 걸려고 했냐면, 부인이 중얼거린 이름을 들어서 그렇다.

소야.

“…….”

“카자마 씨 가족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모르겠어.”

다가갔다가 넘어지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어서, 타치카와는 한사코 도와주겠다는 말을 거절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아무튼 그래서 현재 이 상태. 그래. 그렇구나. 한 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타치카와가 트리온체를 풀었을 때 꺼버린 담배가 품 안의 담뱃갑 안에 든 마지막 한 개비였다. 스와 씨라면 알았을지도. 친했잖아.

카자마 씨와. 그 말에 너도 친했으면서, 하고 말하며 살짝 발로 차는 시늉을 한다. 그 뒤론 한참을 더 가벼운 웃음 섞인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다 그 애를 먼저 내려보냈다. 다시 트리온체로 신체를 전환하는 그 애를 보다 집에나 가라고 면박을 준 후, 몸을 돌려 입김을 연기처럼 뿜어내며 밤하늘을 보았다. 잔업은 끝도 없이 쌓여 있고, 돌아가면 마저 일을 해야 하고, 그렇지만 그래…….

일이 다 끝나면 이곳을 떠나자.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 돌아온 건지 아닌 건지, 너인지 네가 아닌 건지 아리송한 너와 달리 나의 선언은 이같이 명확하니 달리 해석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이 다 끝나면.

여길 떠나는 거야.

그래,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이름을 듣고 그 애처럼 다가가긴커녕 다가가지 못하고 말도 걸지 못하고 그저 멈춰 있기만 할 멍청하기만 한 나는 아마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을 것이다. 없을 터이니, 그래. 그러니.

가자.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살자.

나 역시 알고 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래. 그러니까다. 그러니까 나는.

가자.

그 말은 곧.

살자.

이와 같음을 나는 알았고 내가 나를 옳게 읽어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러나 나는 그 애에게 그러했듯 잘했네, 제법 멋진 결심을 했네, 나, 하고 칭찬하지 못했다. 도무지 말이다, 잘했네, 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대신 마음속 한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이내 옥상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옥상에 남겨두고 가는 내가 내 등 뒤에서 말하는 말을 듣지 않고 내려가기로 한다. 실로 나는 그 말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고 무사히 살 수 있게 되지만 언젠간 마주해야 할 날이 올 것을, 그때도 사실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남겨두고 간 내가 내 등 뒤에서 던지는 말은 다음과 같다.

“확 실패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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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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