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Stella Maris

월드 트리거. IF 아라시야마가 블랙 트리거가 된다면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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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풀어주신 이야기를 빌려 썼습니다

왜 바다였을까?

왜 바다를 입에 담았을까, 너는?

내가 죽으면 바다에 뿌려 줘. 너는 그 말이 그대로 너의 유언이 될 줄 알았을까? 물론, 그 말은 그 자체로 훌륭한 유언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그대로 마지막 말이 될 줄 너는 알았을까? 몰랐겠지. 사이드 이펙트를 가진 이는 아라시야마 쥰이 아니라 진 유이치니까 아라시야마 너는 알지 못했겠지. 그렇지만 '어렴풋이'로는 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렴풋이, 희끄무레한 시야의 가장자리로, 낮은 확률로 이뤄질 미래를 짐작했을 때 너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블랙 트리거를 만들면서, 어? 어떤 생각을 했어?

바다를 생각했어?

아라시야마 쥰의 트리온 수치는 사이드 이펙트를 발현하는 이들과 비슷한 값을 가졌으므로 적은 양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었다. 블랙 트리거는 제작자가 보유한 트리온 양에 따라 확률에 보정값을 받았으므로 아라시야마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시도를 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말이 되나? 시도할만하다고 시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사고방식이냐고. 문제는 그가 자기 입 밖으로 낸 말은 무조건 지키고 마는 청년이란 점에 있었다. 가족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뒤엔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을 거라고, 그 말대로 그는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전장에 서, 전장에서는 코나미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떠났다. 마지막까지 싸우기 위해서. 그럴 각오를 한 사람인 양. 마지막까지, 정말 마지막까지 싸운 끝에 그는, 그 끝에서도 끝의 마지막까지 싸울 방도를 기어코 떠올리고 결심하고 실현하고 말았다. 지금, 진의 손에 쥐어진 그것. 그의 머리카락처럼 까맣기 그지없는 결과였다, 그것이.

너는 죽으면 널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지만 우리는 차마 너를 모두 그러모을 수가 없었다. 흩어지는 너를 모으기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너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가라앉지 않은 너는 이내 우리 곁을 떠났다. 영원히.

이제 남은 것은…….

전쟁이 끝났을 때였다. 오래전 하토하라 미라이가 그리 했듯이 엔지니어실에 보관되어 있던 너를 꺼낸 뒤 나는 달렸다. 곧 추적이 붙었지만 나의 사이드 이펙트는 도주극에 최적화 된 능력인지라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 미카도시를 떠나 바다가 있는 도시의 부둣가에 이를 때까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착각이란 것은 도착한 후에야 알았다. 진 유이치는 사이드 이펙트를 추적을 떨치는 데 집중하여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동 작전으로, 추적조를 보내는 한편 그를 '추적하지 않고' 목적지에 먼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를 따로이 보내어 그의 시야를 분산시킨다. 아, 훌륭하였다. 훌륭한 방법이었다, 체포조의 인선까지. 눈앞엔 이미 바다가 있고 손에는 네가 있지만 난 그것을 던져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러겠는가, 내가. 그들 앞에서 너를, 너의 친구들 앞에서 내가. 어찌. 그렇게 그만 멈추어 서서 그들을 돌아보기만 하는데,

"뭐해?"

안 던지고. 그러며 이코마가 고개를 갸웃하기에 나는 입 밖으로 그만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어? 이윽고 팔짱을 끼고 서서 저를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던 유바가 입을 연다. 진.

"던질 거면 빨리 던져. 시간이 없다."

"곧 카자마 부대가 와."

이어서 카키자키까지 그리 말하며 주변을 살핀다.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다며. 뿌리는 모양새는 안 나겠지만 던지기라도 해야지. 안 그래? 얼른.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아니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왜냐하면.

"그럴 줄 알고 네게 맡긴 걸 테니까. 아라시야마는."

어떤 선택이든 널 존중할 거야. 그런 애니까, 걔는.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잖아. 이해할 수 없는 그 태도까지도.

실로 그럴 것이다. 아니, 알 수 없었다. 진 유이치의 사이드 이펙트는 미래시지 과거시가 아니었기에 그가 미래로 여기어 보고 오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는 볼 수 없었다. 왜 아라시야마가 바다를 입에 담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하였는지 진으로선 짐작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말이다, 설령 아라시야마가 진의 결정을 탓하고 제 것과 다르다 부인할지라도 말이다, 그럼 네가 나서서 말했어야지. 이제 와 그리 주장해봤자인 것이었다, 모든 것은.

죽은 자는 산 자를 이길 수 없다. 그것은 이기고 지고를 판단할 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었으니까.

그러니 어떤 판단을 하든 그것은 결국…….

잠시 후 카자마 부대가 도착했을 때는 파도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뭔가가 풍덩 빠지는 물소리도. 트리온체를 풀고 처벌을 각오한 이들 각각의 면면을 확인한 카자마는 잠시 후 모두에게 눈물이 핑 돌 만큼 세게 꿀밤을 먹였고(키쿠치하라는 이것으로 된 것이냐고 물었다), 긴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가자."

미카도시로. 바다에서, 우리의 고향으로. 저를 보는 친구들을 한 번씩 본 다음 친구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자고, 돌아가보자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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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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