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죽어 마땅한 자

월드 트리거. IF 또 한 번의 대침공 이후 원정에 선발된 미와 이야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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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는 기회 한 번 주어지지 않더니, 그전까지의 시간이 우습게도 이듬해부턴 원정 부대로 무리 없이 선발된 지라, 그동안은 혹 당신이 이를 막고 있었나 하는 착각이 설핏 들 뻔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내게 개입할 당신은 아니기에 그저 우연의 일치임을 알아야 했다. 실은 진짜 이유도 알고 있었기에. 결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란 걸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게 자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약 정말로 당신이 나를 평가하는 위치에 서서 원정행의 적격과 부적격을 심사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면, 그래서 내게 부적격 판정을 내린 사람이 당신이었다면, 그런 당신의 판단은 늘 그랬듯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고 옳았을 것이다. 나는 냉정치 못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며 전투 능력 역시 앞서 원정을 떠났던 이들과 비교하면 부족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나는 냉정하게 호월을 내리치지 못하고, 판단을 보류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전투로 인해 잘린 팔이 소매 아래로 너덜거리는 걸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젠 내가 될 아이를 내려다본다. 아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미덴에서 온 네이버가 언니를 죽였어요. 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언니가 죽을 것 같아요. 누가 좀 언니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너의 형제가 먼저 내 목 끝에 칼을 들이댔으며, 그를 죽인 자 또한 내가 아니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길 감수한 저격수라는 사실도 말하지 않기로 한다. 미덴을 먼저 침략한 이들은 너희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진실도. 그리하여 아무것도.

죽여 마땅한 자만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런 건 불가능해. 그런 건 거짓말이야.

죽어 마땅한 자로 떨어지기는 쉽다.

그건 너무 쉬워서, 너무 간단해서.

결원 따위 발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라고, 투정을 부리면 어쩔 수 없지 않냐면서도 들어줬을 당신도 이젠 없어서,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물어볼 사람이 있어야지. 대답해 줄 사람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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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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