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Side Life 4

월드 트리거. Alma Mater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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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하루아키는 동 대학에서 학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하는 이들이면 으레 그러하듯이 반올림해서 10년이 아니라 진짜로 빈틈없이 채운 10년을 같은 건물에서 보내는 사람―그것을 우리는 대학원생이라고 불렀다―중 한 명이었는데, 절대로 다행은 아니겠으나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오래전 학부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건물이 현재는 구교사로 분류되어 경계 구역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뭐가 다행이냐면 한 건물에서 10년을 보내는 건 아니라는 점이……. 설령 그렇다 한들 그곳은 기껏해야 학부 3학년까지 지낸 건물, 즉 10년 중 3년을 보낸 게 전부라 남은 7년은 보더가 끝내주는―가끔은 사람 목숨도 끝내주는 것 같은―기술로 신축해 준 건물에서 보내게 될 터였지만, 그래도 10년과 7년은 달랐고, 아무튼 달랐다. 이제 박사 과정 1년 차에 접어들어 7년째 해를 시작하는 사람의 주장이 그러하다 하니 들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실상은 중요한 것이 그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든 말든 네 알아서 해라, 정도의 수긍이었지만 그 정도는 그도 알 것이기에 그 이상의 신경을 할애할 이유는―유감스럽게도―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조명해야 할 것은 아즈마 하루아키의 10년 살이가 아니었다. 7년 살이도 아니었다. 그 정도야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따로 긴히 할 부탁이 있다는 지도교수와 학과장 교수의 부탁을 들은 순간 아즈마는 헛웃음을 지었다. 겉으로는 적당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놀라서 그런 것처럼―거짓은 아니었다―가볍게 웃은 뒤 예의 적당한 말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건…….’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그건. ‘그건 자신도 보더에 전달해 상의한 뒤에야 확답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런 말을 꺼내려 한 게 아니냐며, 보더와는 이미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그들에게는 그러하냐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랬을 것이다. 충분히 상식적이고 이해하고 수락할 수 있는 제안, 그리고 그것의 배경이었다. 또한 이 일을 아즈마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아즈마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적당한 인선 수준이 아니었다. 최적의 인물이었다. 자랑으로 삼아도 좋은가? 그래서…….

‘누가 허락했지?’

아, 괜한 억심이란 것을 모르진 아니했다. 지금껏 미루어 온 일임을 그 또한 모르진 아니했다. 언제 한번 해치워야만 하는 일인 건 맞았다. 사실은 처리할 수 있게 됐을 때 바로 처리해야 했을 일인 것도 맞았다. 늦어진 이유엔 보더가 있을 것이고, 결국.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구교사 부지에 발을 디뎠다. 붕괴 위험이 있어 현재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곳. 지금은 경계 구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보더 전투원 외엔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없는 곳엔 오래전 대피 당시 채 전부 옮기지 못했던 각종 자료, 기록, 서류, 전부 뭉뚱그리면 데이터가 남아 있었다. 전력이 끊긴 지는 오래되었으므로 전기적 신호로 저장된 자료는 무너진 벽 사이로 그대로 들이닥치는 비바람에 물리적으로 파손되었을지도 모르지만, 학교는 더욱 확실한 처리를 요구했다. 뭉뚱그려서 데이터가 기록된 하드웨어의 회수, 또는 파괴. 정리하면 간단한 요구였고, 그 요구를 전달하는 과정에선 또다시 상호 간 신뢰를 점검하는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 입대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아즈마도 알고자 하면 알 수도 있는 그런 거래들, 정보였다. 그래서 그들 역시 제가 적절한 인선이라 생각한 것일 테고, 그랬을 테지만.

“…….”

실로 그렇겠지만, 아즈마 자신도 종종 잊는 사실 중에는 그런 사실이 있었다. 이곳 교정에 그가 처음 발을 디뎠을 때는 그 역시 열아홉 살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의 인생 처음으로 새하얀 괴생명체―물론 지금은 그것이 생명체가 아니라 트리온 병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를 보고 그것에 죽어 나가던 사람들을 보았을 땐 스물하나밖에 되지 않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스물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 모든 일로부터 고작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종종 잊히는 사실로는, 그뿐만이 아니라 보더 전투원 및 비전투원―오퍼레이터, 엔지니어―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침공 당시 불리던 이름도 도시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자였다는 사실이 있었다. 생존자라는 단어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땅엔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

경계 구역으로 분류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엔 신축된 신 교사 부지의 광장과 다르게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았다. 여기에 무언가를 세워봤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보더 전투원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 …… …….”

빈틈없이 채울 수 있었던 4년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럴 수 없는 4년도 있는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 …… …… …… …….”

아, 괜한 억심이란 것을 모르진 아니했다. 저에게도 지금껏 미루어 온 일임을 모르진 아니했다. 언제 한 번은 마주해야 했을 일인 건 맞았다. 지금껏 늦어진 이유엔 결국 그 자신이 있었다. 새로운 것은 하나 없이, 세워지지도, 새겨지지도 못한 이 땅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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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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