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타치카와가 죽었다. 2

월드 트리거. Not 개그

비자림 by 비
4
0
0

* 사망 소재

아무도 그가 그 자리에서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 끝이라고, 더는 싸우지 못할 거라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그럴 거라면 차라리…….

사와무라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복도로 나왔다. 현재 시노다 본부장의 업무는 모두 사와무라가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도, 사와무라는 자진하여 그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듣기로 시노다는 기한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휴가를 받았다고 했다. 키도 총사령관의 명령, 그리고 린도 지부장의 권고였다. 무기한 휴가라고 해도 그의 복귀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는 강한 사람이지만, 때때로 사람은 강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에 무리해서 움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책임을 다할 것이다. 그럴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돌아올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 관해선 말하기가 어렵다, 늘.

흡연실로 향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어떻게 피우는지는 알고 있지만. 아즈마는 흡연자는 아니었지만, 지금보다 어린 날―그래도 성인은 되었을 때의 어린 날이다―에 친구들의 권유로 한 번 입에 대어본 적은 있었다.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금방 그만두었고, 그 뒤로 입에 담배를 문 적은 거의 없었다. 오늘도 다르지 않다. 불투명한 유리 벽 덕분에 누가 있는지는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인지 한 명뿐.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면 흡연실에 노크라니,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자가 눈을 깜박이며 저를 돌아본다. ‘후유시마 씨.’ ‘웬일이야? 너도 피우게?’ ‘아니.’

“그래, 정리한다고.”

그래야지, 그건 그래야지. 같은 말을 반복하여 중얼거린 그가 턱을 매만진다. 스와 부대 작전실에는 스와가 큰맘 먹고 들인 작탁이 있었고 작탁에는 네 사람이 모여 마작을 치곤 했다. 비번일 때면 슬그머니 모여 몇 시간이고 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슬금슬금 가져다 두는 짐이 어느새 한 구석을 조그맣게 차지하고는 했다. 스와는 그걸 전부 정리할 작정을 했다. 그러니 후유시마도, 아즈마도 버리기 전에 가져가라고, 스와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전달하면 후유시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리해야지.’

끝나고 한 잔 마시기로 한 뒤 그와 헤어졌다. 몇 시간 후면 그와 다시 만날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미와 부대 작전실에 들러 츠키미가 있는지 확인할까 했지만 선객이 있어 그만두었다. 저 외에도 이미 많은 이가 츠키미를 염려하고 격려했겠지만 그럼에도 그와 한 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는데 다른 날로 미루게 되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필요는 없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판단할 필요도, 없었는데.

그러나 그는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 끝이라고, 더는 싸우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니? 물어도 대답은 없고,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검은 장검은 일찍이 B급 랭크전에서 무라카미가 사용했던 호월을 연상케 했지만 그보다는 더 색이 짙은 듯했고, 그보다는 더 확실히 가벼운 듯했다. 무게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는 제 손에 묵직하게 들리던 호월의 무게를 좋아했으므로, 휘두르기 버겁지 않을 정도로만 가벼우면 좋으리다, 딱 그 정도 생각으로 그려낸 검이겠지. 거기에 바보라서 그런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블랙 트리거는 이로써 두 개째가 되었다. 그렇구나. 누가 성공했니? 묻자 난간에 기대어 섰던 아이가 손가락을 꼽아가며 대답했다.

“카자마 씨, 카코 씨, 아라시야마, 키토라…….”

한 손으로는 부족하여 다른 손을 더하여 셈한다.

“카타기리, 유키마루, 유바, 코우, 사에키, 이코맛치…….”

미와의 이름까지 듣고 나서 그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너는?’

“나는 못했어.”

왜 나는 대답을 알면서도 질문하고 말았을까?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로 웃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괜찮아.’ 그러고는 마저 대답했다. ‘나는.’

“나는 타치카와 씨가 싫대.”

“너와는 싸워서 이겨야 하니까 그렇지.”

“하하.”

이제는 싸우지도 못하게 되었으면서. 왜 다들 그런 선택을 하는 거야?

토해내듯 말하는 아이는 과연 어디까지 보았던 것일까? 하루에,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사양이기에 묻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을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뿐이라서.

“무슨 소리야. 너도 기운 내야지.”

아이들이 기운이 없어서 걱정이다, 같은 말을 입 밖으로 낸 참이었을 것이다. 후유시마의 말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손에 쥔 잔만 내려다보았다. 좀 전에 다 비우지 못한 술이 출렁인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작은 파랑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손 안에서. 그러다 아이들 앞에선 꺼내지 못한 말을 내어놓았다. 아이들 앞에선 절대 꺼낼 수 없는 말.

“너무 어렸어.”

“너도 어려, 인마.”

걔도, 너도 나보다는 다 어리다고. 다 비우기 전까지는 채워주지 않을 잔을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