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雨水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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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아즈마 하루아키의

아이고, 이거 어쩌지? 비가 좀처럼 안 그치네.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면 두 시 오 분 후였다. 보더 소속 전투원이자 미카도 시립대학 대학원생 아즈마 하루아키는 분주한 그의 하루에서도 일정에 늦는 일이 좀처럼 없었지만, 그런 그가 조금이라도 지각하는 날이 있다면 비오는 날일 가능성이 다른 날보다 조금은 더 높았다. 비에 젖어 목덜미로 축 달라붙은 머리카락 하며 셔츠와 카디건 위로 튄 물방울은 바깥에 내리는 비의 기세를 짐작케하니 굳이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를 시도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그를 타박하는 부대원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실로 그러했으니, 등 뒤로는 빗방울이 사선으로 유리창을 내리긋는 사각진 하늘을 두고 부대실 문을 연 아즈마는 예의 사과와 함께 눈을 접으며 웃었지만 야유나 타박 같은 모난 소리는 그 귀에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당연했다. 아무도 없었으니.

부대실엔 아무도 없었으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당연히도.

또한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했으니.

“…….”

불 꺼진 부대실을 마주하고 선 아즈마 하루아키는 습관이 참 무섭다고 다만 생각했다. 그건 제 아무리 아즈마 그 자신이라도 한순간에 벗어낼 수 있는 것이 못 된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1. 實存

우수관을 타고 내려가는 물소리는 고요한 보더 본부 건물 안에서 아즈마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유일한 소리였다. 그 외의 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즈마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보더의 역사 자체가 길지 않기에 마찬가지로 길다고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본부가 이토록 인적을 지운 날은 그의 기억 속에 단 하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비, 비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최초로 눈을 뜬 순간에 함께한 것 역시 외벽에 저를 부딪쳐대며 울리는 빗소리였다. 그때 아즈마는 제가 복도에 서 있었음을 깨달았고 보더 본부의 복도임에도 저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움도 함께 깨달았다. 인공물 속 부자연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토록 말끔한 구성물―인간의 비존재는 말이 되는가? 그 순간 아즈마는 또한 깨달았더랬다. 그런 것은 현실에 불가하다고. 그러니 불가한 현상이 일어난 이곳은 현실이 아니리라고.

그럼 어디인가, 이곳은?

그리고 왜 자신은 이곳에 있는가. 그 답을 알고 싶다면 아즈마는 제가 복도에 서 있기 이전을 기억해 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기 위해선 단서를 찾아 나서야겠지. 이것이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아즈마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곳에서.

단 하루의 시간도 흐르지 않으리란 것은 알기 전에 내린 결론.

온종일 내리는 비는 온종일 내려도 그치지 않는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면 두 시 오 분 전.

‘아이고, 이거 어쩌지? 비가 좀처럼 안 그치네.’

자신은 언제 이 말을 입에 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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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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