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Farewell, Our Sniper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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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이누카이 스미하루의 생일은 5월 1일이다.

이상 기후가 더는 이상하지 않은 현시대라고는 하나 그래도 오월이 눈이 나릴 달은 아니었다. 아니, 또 모른다, 지금 여기에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어디 그뿐일까. 이누카이는 자신의 트리온체를 갱신했던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갱신‘해야’ 했던 날이었으니 선택이 아닌 의무, 그보다는 강제된 변경이었기 때문이다. A급으로서 허락되었던 부대 엠블럼은 유지할 수 있으나 거기에 적힌 등급과 순위는 변경되어야 했다. 한동안은 승급도 불가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통보받은 최초의 순간 그는 차라리 눈이 나리는 오월이 더 말이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을까? 모른다, 그게 실은 ‘누구’의 생각인지도.

날리는 것은 눈이 아니라 재일지도 몰랐다. 모두가 함께 물 주어 돌보던 묘목이 부러지고 뿌리까지 땅에서 뽑혀 나갔을 때, 그것에게 남은 쓸모란 장작밖에 없었던 것을 그는 기억했다. 그리하여 남은 흰 재가 눈처럼 날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 역시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내내 곁에 있던 사람의 속조차 알지 못했는데 오월의 눈이라고 알기 쉬울까. 다만 눈 속에서, 또는 재 속에서, 또는 프레임 속에서 열여덟 해 전의 오월에 태어난 소년은 열여덟해 전의 일월에 태어난 소녀와 웃고 있었다. 눈이 날려도 이상하지 않은 계절에 태어난 소녀와.

모른다, 또. 그들이 정녕 웃고 있는 것이 맞는지. 그들이 맞는지.

지금 이 순간의 정체 또한 이 순간에 정체된 그는 알지 못하니, 누군가의 꿈인지, 환상인지, 다른 무엇인지. 누가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인지, 그들을 보고 있는 자신은 누구인지 아는 것이 하나 없다. 다만 오른손에 한 뼘 길이의 트리거를 쥐고 그것을 숨기려는 듯 등 뒤로 감춘 자의 외양이 누구의 것인지만은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걸 숨기려고 숨긴 것일까? 제 눈엔 훤히 보이도록 등을 보인 그는, 실제로도 그러했을까? 보려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보지 못한 그에게서 기회를 거둬간 것일까? 또 모를 일이다. 알 수 없는 일.

온통 알 수 없는 광경 속에서 선명히 보이는 작별 인사는 문자처럼 그 얼굴에 남는다. ‘안녕히.’ 안녕하지 못할 줄은 알지 못했을까, 정말로.

그래도 따라 인사하는 것은 할 수 있겠다.

안녕히,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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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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