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sniping
월드 트리거. 어린 타치카와와 아즈마 씨
“스나이퍼?”
‘건너가 아니고?’ 건너의 총기와는 다르다는 말은 막상 확인한 트리거의 긴 총신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사정거리는? 파괴력은? 훨씬 길지. 한번 맞아볼래? 그러며 자세를 취해 보이길래, 응! 고개를 끄덕인 뒤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그걸 또 직접 맞아봐야 성에 찬다는 인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보다 정확히는 질린다는 얼굴로 혀를 차는 니노미야, 어찌 됐건 재밌지 않냐고 웃는 카코, 그래서 저 사람은 언제쯤 자기네 작전실로 돌아가느냐고 묻고 싶은 얼굴로 서 있는 미와를 남겨두고 펄쩍 뛰어가 멀찌감치 자리를 잡는다. 아즈마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눈에 바짝 힘을 주어도 총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 순간, ‘자, 이게 이글렛.’ 소리도 닿지 않을 거리라 트리온 통신으로 직접 꽂히는 말과 함께, 탕, 오른손이 피격당한다. 오, 이런 느낌인 거구나.
“이게 라이트닝.”
이어서 왼팔까지. 조금 전보단 조금 더 빠른 탄환이 조금뿐이지만 타치카와의 왼팔을 빗겨 맞춘다. 이에 아즈마의 눈이 조금 빠르게 두어 번 깜박이니, 빗겨 맞출 생각은 없었다. 그 자신도 이 신작 트리거를 오래 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못 맞출 목표물도 아니었다. 우연일까. 아니, 우연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옳았다. 잠시, 마지막 트리거로 트리거를 교체하는 사이 트리온을 거치지 않은 육성으로 지시하는 명령이 있었다. 니노미야, 카코, 미와 모두 몸을 틀어 그들이 어떠한 명령을 아즈마에게서 들었음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눈만을 움직여 시선을 그에게로 집중한다.
“타치카와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는 게 좋겠다.”
A급 1위 부대란 그런 것이다. 이 시기의 아즈마는 제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 전혀 없는 아즈마로, 앞으로 널리 보급될 스나이퍼 트리거에 많은 이가 익숙해질 것을 알고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고 동의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에 대응할 적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리 대응책을 계획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트리거를 꺼내 든다. 육중한 크기를 가진 이 트리거는 트리온 전투체가 아닌 일반 육체로는 가누기 버거운 무게 또한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도 가장 무거운 스나이퍼 트리거이기도 했다. 이보다 더 무게를 줄일 순 없다나. 그런 이야기를 들은 트리거를 꺼낸 그가, 총구를 정확히 응시하는 그를 응시하며 목소리에 트리온을 실어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게, 아이비스.”
발사된 탄환을 호월의 날이 막아선다.
하지만 폭발까진 막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소년은 재생성 된 육체를 벌떡 일으키며 눈을 반짝 빛낸다. 이건 쉴드로 막아야겠네. 고마워, 아즈마 씨. 천만에. 서글서글하게 웃는 눈이 조준경을 사이에 두고 마주친다. 눈을 떼면 보이지 않을 웃음이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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