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호랑이
월드 트리거. 어린 타치카와와 시노다 씨
어린 날의 기억 중 하나이다.
그가 어쩌다 제자를 둘 생각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었다. 스승을 잃은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중에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무언가라도 발견했는지. 어쩌면 제가 죽은 뒤로 저 아이―진―처럼 제 죽음을 애도할 대상을 찾은 걸 수도 있었다. 후계를 남겨야겠다는 생각. 후세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어떤 생각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후일에야 그 스스로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중요한 것은 그 전일에 있었으니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가 자길 닮은 제자를 들였다고 혀를 차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디 한번 잘 해보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이도 있었다. 감사히도 그를 비난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더랬다. 한심하게 보는 이도 거기서 눈길을 그칠 뿐 ‘그러게 왜 제자를 들여서 그 고생을 하느냐’라고 일갈하진 아니했다. 일도양단 된 승용차 앞에서도, 그래 준 덕분에 시노다는 보험사에 전화를 걸면서도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너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해주지 않아 감사했다. 할부가 끝나려면 아직이었다. 트리온체를 풀도록 한 다음 무릎 꿇고 벌서게 한 아이의 팔이 슬금슬금 내려가길래 꿀밤을 먹였다. 30분 더 그대로 벌서고 있어. 팔 아픈데……. 이쪽은 가슴이 아팠다. 통장도. 칭얼거림을 무시하고 보험사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몇 대를 부쉈다고요?
아이는 사고뭉치인 주제에 배우는 속도만큼은 눈이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빨라 가파른 기울기로 제 성장 곡선을 그렸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눈대중으로 아이를 상대할라치면 단숨에 제 목까지 날을 쳐올리는 아이였다. 시노다 씨. 딴생각하지 마. 미안하다. 곧바로 사과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아이는 진과 싸우는 게 더 재밌겠다며 투덜거리길 그치지 않는다. 미안하다니까. 됐어. 아이고, 대체 몇 살짜리를 키우고 있는 건지, 내가.
“진심으로 상대해 줘?”
“응.”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잡고 기다리지도 않고 덤벼 오는 아이의 검을 들어 저 역시 검을 들어 맞받아친다. 몇 번 깡, 깡 소리와 함께 검이 부딪치고 미끄러지다 또 부딪치는 소리가 훈련실 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한 순간, 아이의 검이 예상한 궤도를 비껴가며 저를 찔러오기 시작한다. 똑바로.
아, 진심으로 상대한다고 한 말에 거짓은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아이의 성장 곡선이 더욱 상승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울기를 기울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더욱 가팔라지도록, 더욱 날카로워지도록.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그조차도, 조금 놀라고 말아서. 당황하고 말아서.
“아.”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깨닫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욱 빨랐다. 시야에 들어온 광경을 확인했을 때 그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 앞의 육신엔 이미 목 윗부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 쓰러지는 목 아래를 눈짓으로 확인하며 날아가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아이를 공격하거나 그리하여 패배시킨 적이 없었다. 이런 식―사람을 죽이는 방식으로. 후일엔 결국 가르치게 될지라도 아직은 이른 때였다. 훈련실의 기능으로 육신이 복구된 아이에게 급히 달려갔다. 실로 전투원을 지망했던 많은 아이가 가짜 육신일지라도 눈앞에서 파괴되고 잘려 나가는 육신에 거부감을 호소하던 때였다. 단단히 각오하고 마음을 준비시켜도 그러할진대 갑작스럽게, 그것도 목이 날아간 아이의 심정은 오죽할까. 미안하다. 일단 사과부터 입에 담았다. 놀랐지? 제 목을 감싸 쥔 아이는 일견 충격이 적잖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노다 씨. 한 번 더 하자.”
“뭐?”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래. 한 번만 더하자. 응?”
진심으로 상대해 줘.
말하며, 웃으며, 일어나 자세를 잡는 아이를 보며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만다. 어쩌다 제자를 둘 생각을 했는지. 아니, 그보다는 그거지……. 어쩌다 제자로 거둘 생각을 했는지. 저 아이를. 저 녀석을.
“시노다 씨. 딴생각하지 마.”
그러며 생각한다. 이제는 절대로, 눈대중으로 상대하면 안 되겠다고. 눈대중으로 어림하여서는 안 되겠다고.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깨닫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더욱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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