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rinthians 13:12
월드 트리거. 스나이퍼 아마토리즈
상대 저격수의 움직임을 봉인하고 저지하는 역할은 아군의 저격수가 맡았다. 타겟을 저격하는 순간 저격수의 위치 또한 노출되기에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숨을 죽였다. 그들은 실로 모든 생리 작용이 거세된 육체 안에 거하고 있었으므로 가능한 한 오래, 바란다면 숨조차 죽인 채로 대치 상태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영원히 그럴 수는 없었다. 기대한 사람도 없었다. 교착 상태가 풀린 순간, 또는 두 저격수가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겨 그들 사이를 팽팽히 당긴 채 유지한 선이 끊긴 순간 어태커들은 상대를 향해 뛰어들었고, 슈터와 건너는 그들의 트리온 입방체와 총구를 그들이 상정한 적에게 겨누었으며, 난전이 시작되었다. 아군과 적이 한데 뒤엉키고 메테오라로 파괴된 지형에서 모두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들은 자신들과 상대들이 트리온 신체를 덧입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머리를 사선에 두고 저격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 뜻은 곧 목덜미에 날을 찔러넣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트리온 전투체가 아니었으면 피가 튀고 생도 튀었을 전투였지만, 트리온 전투체가 아니었으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전투라는 듯이 그들에겐 망설임도, 주저함도, 죄책감도, 죄의식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전투가 끝났다.
보더의 원정 부대는 한 번도 승기를 놓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베일 아웃 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베일 아웃 기능이 없어서, 또는 트리거에 아직 베일 아웃 기능의 거점이 등록되지 않아서, 트리거에 저장되었던 본래 육신 그대로 전장에 풀려난 그들을 익숙하게 포박한 뒤 그 앞에 호월을 까딱이며 선 타치카와가 오른팔이―물론 트리온 전투체의 오른팔이―날아간 니노미야를 보며 휘유, 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오래전 선발 시험 당시부터 자신의 부대에 타치카와는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던 니노미야였다. 그와 함께 전투해야만 하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것은 아무래도 분명한지라 순순히, 곱게 대답해 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도 더 타치카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니노미야였고, 예상을 벗어난 만큼 더 니노미야에게 몰리는 타치카와의 관심이었다. 야, 니노미야.
“뭘 거슬려 하는 거야?”
“적 저격수가 하토하라가 아닌 점이겠죠.”
대답한 사람은 니노미야가 아닌 니노미야 부대의 건너 이누카이였다. 하토하라? 아아, 생각났다. 너네 저격수. 시답잖다고 판단한 대화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니노미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격으로 잃은 오른팔은 팔꿈치 위까지 잘려 소매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을―저격하지 못하는 저격수 하토하라는 그들을 떠나는 날까지 사람을 저격하지 못했다. 이제 와 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치러진 B급 랭크전 상위 7라운드에서 아마토리 치카는 메테오라로 건물을 파괴하여 아즈마 부대의 어태커 오쿠데라를 베일 아웃 시킨 전적이 있었다. 그때까지 아마토리는 사람을 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또 다른 어태커 코아라이는 메테오라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더하여 적잖게 당황했지만, 오쿠데라는 ‘방금 쏠 수 있게 됐다’는 가능성 역시 0이 아니란 점을 지적했고, 부대의 대장 아즈마 역시 ‘못 쏠 것이다’라는 사실에 기댈 수는 없겠다는 판단을 이들에게 전했다. 이는 하토하라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다. ‘방금 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더는 못 쏠 것이란 사실에 기댈 수는 없겠다.’ 그러나 이누카이는 조금 전 딱 잘라 단언했다. ‘적 저격수는 하토하라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니노미야는 저격당하기 직전까지도 적 저격수가 하토하라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 아, 그런 믿음?
그런 건 없다.
그저…… 하토하라도 아니면서, 하토하라의 버릇, 습관은 모두 따라 한 자가 있을 뿐.
시선을 돌리면 힐끔대며 저를 보다 뭐, 왜, 하고 소리 없이 성을 내는 에마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위치로 돌아오지 않은 스나이퍼가 한 명 있었다. 에마에게 물었다.
“아마토리에겐 누가 따라갔지?”
“뭐? 그걸 왜 나한테…….”
라고는 말하고 있지만, 상대가 니노미야라서 괜히 성을 냈을 뿐 돌아오지 않는 아마토리를 신경 쓰며 초조해하는―것이 빤히 보이는 에마의 시선이 아마토리가 있을, 정확히는 있어야 할 위치로 향했다.
“……타마코마 부대 대장.”
총구는 정확히 그의 이마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내려가 땅을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치카.”
허공에 떠오른 트리온 입방체는 여전히 그를 조준하고 있었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됐을까? 하지만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총구를 내린 그의 동생 역시,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면 능히 다시 총신을 다잡고 들어 올려 저를 겨눌 것을. 그럴만한 시간이 그들을 관통하여 지나갔음을. 그럴만한 이유가 그들 사이에 놓여 담을 만들었음을.
담이었다, 아직은. 벽이 아니었다, 아마도.
아마. 아직. 그러나. 곧. 두 아마토리가 서로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경계한다. 헤아리고, 수를 센다. 그 사이에서 미쿠모 오사무는 아마토리 린지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하토하라 씨는 어디 있습니까, 린지 씨.”
아마토리 린지는 대답 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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