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無覺無認

월드 트리거. 원정 중 타치카와 이야기 날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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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의 썰을 풀어썼습니다.

* 폭력성 주의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바투 쥔 돌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후 내리쳤다. 한 손으로, 단 한 번이면 되었다. 있는 힘껏 휘두르면 한 번으로 충분한 힘이 그에게 있었고, 그는 제힘을 쓰는 데 망설이지 않았으니 망설임 없는 결단력 덕에 그는 살았음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그는 죽었으리다. 머리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자는 그 일격에 기절했는지 숨이 다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아, 그 차이는 몹시 중요했으나 어느 일면에서는 그것이 과연 중요한가 싶은 면이 다소 있었다. 죽지 않았으면 되는 일인가? 죽이려고 한 짓이 아니었으면 되는냔 말이다. 살기 위해 그랬다는 변명이 모든 행위를 변호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고민을 하는 때로 지금은 과연 적절한 때인가. 답이 주어질 수 없는 질문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자의 머릿속은 혼잡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질문들로 번잡한 것은 아니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자면 질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문장은 몇 되지도 않았다. 그 정도로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이다. 한데 섞여 있는 정물들이다. 이토록 경계 없이 흐려진 생’각’들엔 각이 없으니 거칠게 문대어 흐려진 선의 안팎으로 밀려오고 빠져나가고, 마치 조수같이 높아졌다 낮아지길 반복하는 감정 고저의 변화. 고양과 침체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부피를 늘려가고 있다. 두개골 안에 갇힌 뇌 속에서. 터질 것 같이. 아,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자각된 감정이다.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바투 쥔 돌은 한 번 내리친 다음 맥없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다시 주워 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그는 제 손이 흘린 돌을 다시 주워 들었다. 무엇을 하려고? 내리치려고. 누구의 머리를? 누구의…….

“타치카와!”

부름에 다시 떨어뜨린 돌이 이번엔 그가 그 자리에서 줍기 어려운 곳으로 굴러가 버렸다. 타치카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부른 자를 돌아보았다.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힌 이의 얼굴은 험상궂기 그지없다. 그러다 얼굴에 주름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하지만 그가 걱정할 만큼 표정에 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소에. 그러니 지금처럼 ‘구겨졌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얼굴을 찌푸리는 날은 다소 드문 날. 그러하다. 그러한 날.

“카자마 씨.”

난 괜찮아. 별일 아니었어. 알잖아. 나. 평소와 다름없이. 평소처럼. 제대로. 잘.

“말하고 있어?”

“…….”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타치카와는 이후 그가 이끄는 대로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때까지도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직후 저지당하고 말았다. 보지 마라. 응. 순순히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진 아니했다. 기절하지도, 않았으므로 그는 곧 맨정신 그대로 원정선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들어가. 쉬어. 응. 대답도 순순히. 순종하며, 침대에 누워 그제야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아, 나는 지금 정말 맨정신일까?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꿈이든 아니든 쉬어야 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을 테지만, 잠이 오진 아니했기에 그는 뜬 눈을 깜박이며 천장을 응시했다. 천장 타일의 가로줄을. 세로줄을. 격자무늬를. 격자무늬로. 쪼개지던 육신을. 육신에서.

흘리는 것은 검은 연기여야 했다. 언제나.

아, 그것은 언제나 검은 연기여야 했다. 육신에서 흘리는 새붉은 피, 받아마신 땅이 입을 벌리면 지각 사이로 떨어지고 말 정신을 마취시키는 검은 연기가 그에게는 필요했으니 그는 자신을 그것으로 가득 채울 의무가 있었고 그것은 그 자신을 위한 의무요 그 정신을 위한 책무요 그에게는 그 자신의 보신을 위하여 노력할 의지 곧 본능일지니 흘리는 것은 언제나 검은 연기여야 했으며 격자로 쪼개지던 육신은 반드시 무언가를 흘려야 했으며 이를 쪼개는 칼은 날을 잘 갈아 무엇이든 단번에 가를 수 있어야 했으며 그렇지 아니하면 끝나지 않는 문장과 함께 아직 한 번도 밖으로 흘려내지 못하고 발치부터 고이기 시작한 고양감이 출렁이며 차올라 이내 허리께에 가슴께에 머리께에 이르러 검은 마취 연기 대신 그를 마취시키니 뜬 눈이 붉어지도록 뜬 눈의 동공이 확대되고 숨

숨?

눈을 떴다. 저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었다. 깨어나니 머리가 개운했다. 아마도 잠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그간은. 그간의 자신은 왜 잠을 설쳤더라? 떠올리자니 새삼스러운 의문이다. 원정선 안은 좁고 불편하니 잠을 설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과연 그렇다.

과연. 과연?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바투 쥔 호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후 내리쳤다. 한 손으로, 단 한 번이면 되었다. 있는 힘껏 휘두르면 한 번으로 충분한 힘이 그에게 있었고, 그는 제힘을 쓰는 데 망설이지 않았으니 망설임 없는 결단력 덕에 그는 오늘도 승리했다. 그러나 오늘은 머리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자 대신 검은 연기를 흘리는 자가 있기 때문인 건지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인 건지……. 일격에 파괴된 트리온 전투체 앞에, 다시 말해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자 앞에 덩그러니 놓인 자의 머릿속은 어쩐지 허망하다는 감정을 호소하고 있었다.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문장으로. 두개골 안에 갇힌 뇌 속에서. 터질 것 같았던 지난날은 꿈결같이. 아, 그의 머릿속을 두드려 온 것은 그날에 자각한 감정이다.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바투 쥔 돌은 한 번 내리친 다음 맥없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떨어지지 않고 그 안을 영영, 맴맴 돌며 굴러다니는 충동, 충돌, 돌이 있었으니 그리하여 어렵지 않게 그것을 주워 든 그가 주변을 둘러본다. 묻는다. 없어? 없어. 왜? 당연히.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 말에, 불만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이다. 아, 충족되지 않는 욕구라니 이 얼마나.

얼마나…….

사람을…….

……사람?

그래, 사람을.

사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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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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