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거면 마작으로 싸워라
월드 트리거. 마작조 탄생 날조
원정선 내에서의 다툼은 돌아가 징계 위원회에 즉각 회부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크고 작은 많은 사건들의 실상이 그렇듯이 이를 목격한 목격자 전부가 함구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마무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거기에 이를 명령할 수 있는 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은폐는 더더욱 쉬워져서 그날도 현장에 있는 모든 이는 이 일이 결국 이 땅에서 묻힐 것을 알았고, 실제로도 그리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을 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과는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말려야 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으니 두 사람을 말리는 상황보다는 조금 수월하기도 하였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일방적으로 시비를 거는 상황이었으므로 그 한 명만 떼어놓으면 문제는 해결되었다. 더불어, 멱살이 잡힌 상대는 이 일이 공론화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앞서 말했던 침묵을 ‘부탁’이란 이름으로 명령할 수 있는 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자행된 폭력을 묵인할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 그는 작은 소란으로 그쳐도 충분할 일을 확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둘, 그에게 덤벼든 이 소년은 아직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자로 그보다 다섯 살은 어린 아이인지라 이를 고려하여 눈감아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셋. 지금 이 일을 공론화한다면 그가 지금부터 소년에게 자행할 폭력 역시 함께 공론화해야 한다. 세 가지 이유는 모두 비등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내려지는 결정 역시 타당하고 합당하며 감정적으로도 그리 썩 나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구겨진 옷깃을 정돈하며 저를 노려보는 소년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소년의 양팔은 그보다 한 살 더 많은 이에게 잡혀 제압된 채였다. 소년의 악문 이가 으득 갈렸을 때야 그는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평소 같이 웃으며 말하지는 않았다. 그럴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들어가 머리를 식히는 게 좋겠다.”
“아즈마 씨.”
“타치카와.”
이름을 부르며 내려다본다. 그 눈은 지극히 무기질적이고 이는 냉랭한 것과 의미가 다르다.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눈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지는 못한 카게우라 부대의 카게우라가 감각할 수 없는 고요함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눈은 그러하고, 입은 차분히 움직인다. 명령한다. 백번 양보해도 부탁일 수 없는 말.
“들어가.”
현장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자에게는 타치카와가 일대일로 교전하고 있던 상대를 아즈마가 저격한 것에 타치카와가 불만을 품어 이러는 것이라며 납작하게 눌러 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로, 자신의 싸움에 대뜸 타인이 끼어들어 멋대로 끝내는 것은 타치카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는 현장의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소리고, 자세히 아는, 이를테면 타치카와를 붙잡고 있는 카자마 같은 이는 솔직히, 아즈마의 행동을 온전히 긍정하며 일말의 동정 없이 타치카와를 타박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겉으로 티 내지는 않을 사람이기는 했다, 카자마는. 타치카와. 부르며, 말을 이으면.
“괜찮아.”
“아즈마 씨.”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온전히 내 판단이었으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타치카와.”
“나는…….”
네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는 소리다.
…….
담담히 묵살하는 폭력. 찍어 누르는 그 앞에선 아무리 타치카와라도 잠시간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가서, 네 대원들을 신경 쓰는 게 좋겠다. 문가에, 차마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그보다도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타치카와는 이내 몸을 홱 돌리며 카자마를 뿌리치며 방을 빠져나갔고, 그를 기다리던 아이들 역시 부리나케 그를 쫓아 나갔다. 카자마는 잠시 아즈마를 바라보았지만 더 말을 하지 않고 그 역시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 혼자 남은 아즈마는 잠시 눈을 깜박이며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고, 그런 그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이 방으로 들어온 이가 딱, 하고 아즈마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너도 들어가.”
“후유시마 씨.”
“타치카와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아, 아즈마도 그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깨를 으쓱하는 아즈마는 ‘그렇지만 내 말도 틀린 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후. 지친 눈을 한 후유시마는 눈을 감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스와라도 있었으면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잘 풀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역시 이 자리에는 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후, 눈에서 손을 뗀 후유시마가 그 말대로 방을 나가려던 아즈마를 불러세웠다. 어이, 아즈마.
“너 마작 칠 줄은 아냐.”
“마작?”
뜬금없는 단어에 눈을 깜박이는 그를 보다 피식 웃었다. 돌아가면 스와를 꼬드겨야겠구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아즈마에 후유시마는 다만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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