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Azuma Squad Reunion

월드 트리거. 아즈마 부대 재결성 및 검은 머리 스와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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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만에 본부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데 성공한 적인 만큼 아무리 베어내고 또 찔러대도 아무렇지 않게 막아내는 단단한 장갑과 요리조리 모두 피해내는 민첩성을 당해낼 수 없었다. B급 중위 부대 마츠노 부대의 대장 마츠노는 이제 막 첫 번째 랭크전을 끝낸 B급 정규 요원으로서 풋내기 루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수년 만에 미카도시를 강타한 대규모 침공 속에서 운과 불운이 뒤섞인 끝에 바로 그들 부대가 블랙 트리거를 가진 강대한 네이버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 된다. 제비뽑기에서 꽝을 뽑아도, 신점에서 대흉을 뽑아도 이만한 꽝, 대흉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과 대치할 방도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한정 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봐라, 벌써 눈치채지 않았는가. 부서진 훈련실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마츠노는 이제 저 혼자 남았음을 깨닫는다. 다른 부대원들은 다 베일 아웃하고 말았다. 베일 아웃이 전투원의 목숨을 보장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본래 육신이 전송되는 본부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모든 전투원의 트리온체가 파괴되어 베일 아웃 하게 되면 그 뒤 찾아올 미래에는 끔찍한 학살밖에 없었다. 그걸 바랄 사람이 있겠나. 당연히 바라지 않는 마츠노는 호월을 붙잡은 양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비록 저는 블랙 트리거에 비하면 B급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겠으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순순히 그럴 수는 없었다. 와라! 차마 입으로 소리 내진 못하고 다잡은 마음과 다잡은 손으로 눈으로 그것을 노려보는데.

「잘 버텼다. 마츠노.」

트리온체로 무전이 수신되었다. 본부장님? 동시에, 네이버를 노려보며 서 있던 그 앞을 두 개의 인영이 날아들 듯 가로막는다. 직후 도약하여 네이버의 트리거를 막아내고, 캉! 소리와 함께 호월을 휘둘러 그것을 멀찍이 밀어 내치는 데 성공한다.

“괜찮아?”

돌아보는 그들 전투체 가슴팍에는 각각 그들 전용의 엠블럼이 붙어 있었다. A급 정예 부대다. 마츠노는 이제 뒤로 물러나서 전략실의 지시를 대기하라는 지시에 다른 부대원들의 엄호를 받아 뒤로 물러난다. 그 사이 완전히 태세를 갖춘 두 부대가 블랙 트리거를 가진 네이버를 노려보며, 그럼에도 평온한, 조금은 들뜬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목소리로 그들이 이 자리에 임했음을 상부에 보고한다.

“코아라이 부대 도착했습니다.”

“오쿠데라 부대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보내오는 무전과 상황실의 폐쇄회로카메라를 확인하며 보더 본부 3대 본부장 스와 코타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반격한다.

“두 분은 합이 척척 맞으시네요.”

상황실 오퍼레이터 이시다가 카메라를 통해 코아라이와 오쿠데라의 전투를 보다 혼잣말처럼 말했다. B급 전투원 중에 동생이 있는 이시다는 제 감탄을 본부장인 스와가 듣고 반응할 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뭐, 그렇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동의하는 스와에 놀라 조금 손을 떨었다. 이시다는 보더에 들어온 지 3년 차로 신입 딱지는 뗀 지 오래였으나, 그가 상황실에 배치되었을 때는 이미 스와가 본부장에 취임한 이후였기 때문에 코아라이와 오쿠데라가 같은 부대에 속해 있던 시기로부터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저 둘의 연계는 카자마 부대 못지않았으니까. 오랜만일 텐데도 손발이 척척 맞는 건 조금 신기하지만. 그 말에 카자마 부대요!? 하고 목소리를 높여 되묻는 이는 이시다의 후배 타나카다. 그래, 카자마 부대. 어쩐지 조금 심드렁하게 입을 연 스와가 말을 잇는다.

“그렇지만 저 둘이 나섰을 때 경계해야 하는 건 저 둘뿐만이 아니야.”

“무슨 뜻인가요?”

“예전엔 그런 말이 있었어. 코아라이와 오쿠데라가 모습을 드러내면, 다리를 멈춰선 안 된다고.”

“다리요? 왜요?”

“왜냐하면…….”

보더의 초대 본부장이었던 시노다 마사후미는 지금과 같은 전투 상황이 발생했을 시 본인이 직접 전략을 수립하고 지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했으나, 스와 코타로 대에 이르러선 직무가 세분되어 본부장인 그가 직접 전투 지휘를 하는 일이 사라졌다. 전략은 전략실에서 수립하였고, 직접적인 전투 지시는 지휘관이 내렸으며, 본부장은 전체 상황을 살피고 큰 갈래를 선택하는 것으로 역할이 쪼개졌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하자. 스와 코타로 또한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처리하기보다는, 상황을 확인하고, 준비하고, 그 일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자에게 일을 할당하고 배분하는 데 적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전략과 지휘는 모두 본부장인 스와가 맡고 있었다. 잠시 내어 받은 것이다.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이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물론 그에게 그 일을 맡겨버린 사람은 스와 본부장 바로 자신이다.

코아라이와 오쿠데라,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면 다리를 멈춰선 안 된다는 사실을 적은 모른다. 그들이 덤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기에 그렇다.

“그 둘이 덤볐다는 건 아즈마 씨가 저격 위치에 있다는 뜻이거든.”

“전략실장님이요?”

콰앙―!

스와가 말을 마침과 동시였다. 굉음과 함께 조금 전 마츠노가 서 있었던 건물 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쏘아진 한 줄기 빛과 같은 섬광이 네이버의 몸을 그대로 꿰뚫는다.

옥상,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면 어쩔 수 없이 오르내리는 몸의 움직임이 있을진대 거의 정지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고요하다시피 한 옥상에 백웜의 옷깃이 아주 조금, 공기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고 그 속에서 검지만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기는 자가 있다. 명중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무전을 들은 후에야 몸을 일으킨 아즈마는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 히토미. 오랜만이라 잘 될지 확신할 순 없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직 실력이 그렇게까지 죽진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 곁에서 엄호를 맡은 B급 어태커 사토는 벽을 뚫고 쏘는 아이비스에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다. 예? 예, 방금? 예? 상황실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반복되고 있다. 전략실장님이 한때 스나이퍼였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지 않았나?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쏘시는 분인 줄은 몰랐죠! 잠시 후 아즈마에게로 스와의 무전이 전달된다. 감사합니다, 아즈마 실장님. 그에 아즈마도 웃으며 화답한다. 해야 할 일을―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걸요. 본부장님. 그렇다면 스와도 사양하지 않는다. 아즈마 또한 사양할 생각이 없으리란 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럼 위치를 옮겨서 계속 부탁드립니다, 전략실장님.」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말에 조금 짓궂게 웃는 아즈마다. 호칭도, 어투도 바꾸고 장난스럽게 말을 바꾼다. 그렇다고는 해도 말이지. 예?

「비전투원을 마구 부려 먹네. 스와.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더니 사실인가 봐.」

경직된 분위기를 풀 겸 부러 저를 놀리려 드는 걸 알아 스와의 입도 결국 벌어지고 만다. 하이고, 아즈마 씨. 그럼.

“양보하지 말고 감투 한 번 써보지 그러셨어. 그럼 전관예우로 이 일은 아라후네에게 맡겼을 텐데.”

「대신 그 애의 일을 나한테 맡겼겠지.」

“잘 아시네.”

그 뒤 그럼, 자기는 본부장님이 시키신 일을 하러 가보겠다며 잠시 무전이 끊어진다. 저격수는 한 번 저격을 마치고 나면 자리를 반드시 이동해야만 한다. 스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동은 마쳤고, 다시금 그들의 관측수이자 지시자인 오퍼레이터와 정보를 교환하며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경계를 늦추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질 것 같은 싸움은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스와는 전방의 화면을 바라보며 곧게 선다. 실내 절대 금연 표지판을 붙여 둔 상황실의 규칙을 어길 수 없기에 그간 잘근잘근 씹은 막대 사탕의 막대를 꺼내며 입을 연다.

“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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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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