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6
월드 트리거. 스와카자 SF 안드로이드
* 배드 엔딩 루트에서 이어지는 키쿠치하라 이야기
그는 사람에게서 수많은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중에 어떤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게 건강에 이롭지만, 어떤 소리는 반드시 들려야만 한다. 귀에 닿아야만 한다.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그래, 숨……. 숨소리도 이에 해당하였다.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는 숨소리, 바람 소리. 재현할 필요가 없어 설정되지 않은 소리는 재생하지 않는 기기에선 들을 수 없는 소리.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 인간의 소리. 스피커에서 재생되지 않고 장기, 기관에서 울려오는 소리. 키쿠치하라 시로는 듣지 못한 소리. 기계 껍데기를 쓴 앨범에선 들리지 않는.
볼 거야?
‘만날 거야?’라고 묻지 않은 것은 우타가와가 그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키쿠치하라는 고개를 저었다. 일찍이 데이터를 입력할 때 의자에 앉은 그가 마주한 것은 누군가의 껍데기가 아닌 컴퓨터, 그리고 녹화 기기였다. 키쿠치하라는 그것이 만들어지든 말든 솔직히 상관하고 싶지 않았으나…… 가족의 부탁이라기에 그만 협조하고 말았다. 가족인가. 아니면 유가족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모른다. 이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안 볼래.
그래서 그대로 보지 않을 줄 알았다. 끝까지. 기계에는 기계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있어 그 소리만 잘만 감지한다면 그것을 보지 않도록 이동 동선을 짤 수 있었다. 키쿠치하라의 의견이 분명하기에 다른 이들도 그에 협조해 주었다. 보고 싶지 않을 수 있지. 당연하잖아. 나라도 불편할 것 같은걸. 아무리 부탁받았다곤 해도. 뭐가? 로봇이? 아니.
내 마음이.
마음을 읽는 사이드 이펙트 소유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를 읽을 줄 아는 이는 아직 없어서 우리는 얼마든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그래서 키쿠치하라가 속으론 비명을 질러댔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명까지야. 그날도.
비명은 지르지도 못했다. 일생 그는 소리에 압도된 적은 있어도 정적에 압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들리지 않는 소리. 정정. ‘더는’ 들리지 않는 소리. 심장 소리. 숨소리. 생의 소리. 대신하여 진득하게 흐르는 물의 소리. 흐르지 마. 말해 봤자 멈추지 않는.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듣고 싶지 않아……. 소리도, 정적도.
거리의, 모 건물 아래에서 그들과 만나고 그것을 보았다. 음주 운전은 할 수 없어 택시를 다시 부르려고 했다는 테라시마를 발견한 건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고 있던 우타가와였다. 라이조 씨. 오랜만이에요. 어디 가시는 길이면 태워드릴까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키쿠치하라는 우타가와의 붙임성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뚱하니 있는데,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처럼, 나사가 아닌 넋이 빠진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안아 들고 있는 스와를 테라시마의 뒤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직후 우타가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봉지.”
“어?”
“비닐봉지 어디 있어?”
급하게 꺼내준 빈 봉지를 받아 입을 벌렸다. 아, 정말. 최악이야. 생각하면서.
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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