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네이버 구축
월드 트리거. 미와와 타치카와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자들이란 점에서 그들이 가진 공통된 면모를 하나 더 추가할 순 있겠다. 타치카와와 진을 보고 하는 소리였다. 일찍이 진에 관해서는 근계민이 받을 수 있는, 또는 받아야 하는 처우에 관한 견해가 서로 극을 내세울 만큼 달랐던바, 지금에 이르러선 진에게도 어느 정도 자신과 유사한 과거가 있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그의 의견을 미와가 그대로 수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되지 못했고 이해할 이유도 되지 못했다. 물론 저와 다른 견해를 가진 진에게 의문을 가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의문을 가지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동의가 아니며, 진 역시 그와 유사한 사건을 겪은 모든 피해자에 관해서 대표성을 띨 이유나 자격을 갖지 않았고, 가져야만 하는 의무도 없었다. 진은 모두를 대표할 수 없고, 대표해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다. 미래시를 가진 진의 존재가 이따금 미와의 증오를 근간부터 부정하는 것 같은 순간도 있긴 하지만 매 순간 그리하진 못하며 그리할 수도 없는 그였다. 진에 관해선 이쯤 말하면 충분하리다. 타치카와에 관해서도 같은 분량을 할애해야 하므로. 그 말의 뜻은 타치카와는 또 다른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자라는 의미가 되겠다. 타치카와는, 근계민에 관한 견해에 한해서는 미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스스로 원정에 나설 만큼 근계민 토벌에 적극적이긴 하나, 그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케 하는 동기는 미와와 전혀 같지 않았다. 미와는 그저 싸우는 것이 즐겁다는 타치카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 강한 적과 싸우길 바라고 싸워 이기길 바라는 호승심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리다. 그것이 원정 부대로 선발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한다면 억지로라도 배워 익히겠으나, 다른 이들을 보건대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집중할 때는 더 없이 집중하여 행동하니 매사 진중치 못한 태도로 일에 임하는 것은 아니긴 하나, 그 말 그대로 매사가 그렇지 못하는 이유는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몰이해를 자초하는 이유가 무언가? 무엇이 그리도 즐겁고 재미있단 말인가. 미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미와는…….
“거짓말.”
한 번, 합을 맞추어 합동으로 대형 네이버의 머리를 베어냈을 때 그가 말했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이해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더니, 타치카와가 잘린 목의 단면 아래로 한쪽 다리는 늘어뜨리고 한쪽 무릎은 세워 앉은 채 미와를 보며 다시 말했다. 거짓말한다고. 미와, 너. 거짓말한 적 없습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응시하는데 표정은 진과 똑 닮아 기분이 무척 나빴다. 하지만 이어질 말에 비하면 차라리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몰랐다. ‘너도 말이야.’ 차라리 그게 더. ‘즐거워하고 있잖아.’ 그게 더 나았다.
“웃고 있었다고, 너.”
“……예?”
“네가 무슨 표정 짓는 줄도 모르지? 네 부대원들에게 물어보던가.”
“…….”
“좋아하잖아?”
네이버들을 죽이는 거.
…….
솔직히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미와는 이 일에 의무 외 감정이 끼어드는 것을.
…….
감정을 근간부터 부정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근간이 되는 저 모르게 계속 감정을 흔드는 자가 있다. 어느 쪽이든 그리 이해하고 싶지는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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