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월드 트리거. 타치카와 생일 축하 연성
타치카와 케이는 일찍이 공부 머리가 없다는 평가를 자타에서 받고 자란 소년, 자라선 청년이었으나 싸움 머리 하나만큼은 비상하다는 사실 또한 모두에게서 인정받는 청년이기도 했다. 다행히 보더는 싸움 머리뿐인 타치카와를 적절히 다뤄낼 자신이 있는 조직이었고, 없는 공부 머리를 만들기보다는 있는 싸움 머리를 좀 더 원활히 돌리는 법을 그에게 일러주고, 또 스스로 그럴 수 있도록 소년을 성장시켰다. 공부 머리…….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시급한 것은 네이버의 침략에 맞서 도시를 지켜내는 것이었고, 그보다 중요도가 덜한 것은 얼마든지 뒤로 미뤄둘 수 있었으며 타치카와 또한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어차피 머리 그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도 중요했다면 애당초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은 머리 두 개를 달고 태어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건 하나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그와 동기에 속하는 슈터 니노미야 마사타카가 알았다면 참을 수 없이 그를 경멸했을 소리를 잘도 늘어놓는 타치카와였지만, 솔직히 말해 그렇게 말하는 그 역시 싸움 머리만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었더랬다. 정확히는 싸움을 잘하기 위해 핑핑 돌던 싸움 머리가 공부 머리의 기능도 일부 입수했다고 해야 할까. 타치카와가 좋아하는 “싸움”이란 보통 일대일, 개인 대 개인으로 벌이는 싸움을 일컬었으나 개인 대 다수, 또는 다수 대 다수 같이 전략, 그리고 전법을 요구하는 싸움 또한 그의 “입맛”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 그는 싸움을 가려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모두를 때려눕히는…… 방법은 분명 입맛을 다시게 만들 것이나, 모두가 모두를 때려눕히는 방식 역시 부정하거나 거부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어느 싸움이든, 어떤 싸움이든 싸우는 것은 그 자체로 그를 즐겁게 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더욱 미치광이로 보이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미쳐야지만 미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분명히 미쳤고, 또 미쳤다. 휘두르는 검의 섬광은 광기의 일섬이다. 일광이 번쩍였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역광을 맞으며 도약하는 검과 검을 든 자와 휘두름이 있다. 하나의 머리가 있다. 짐작건대 그 머리가 박살 나 깨지는 순간까지 그는 그 자신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을 것이다. 머리를 새로 달지도 않을 것이다. 일출한 태양이 반드시 동에서 서로 옮겨 가듯이, 일출한 자가 휘두르는 검이 있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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