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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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리거. 스와카자 SF 안드로이드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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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소재

키자키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미카도시를 떠난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미카도시에만 영향력을 한정했던 보더가 전국적으로 ‘필요’해지게 된 지도 그쯤 되었으니, 솔직히 말해 좋은 변화, 현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더는 네이버의 게이트를 미카도시 경계 구역으로만 한정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엔 미카도시뿐만이 아니라 전국 전역에 보더 지부가 필요하게 되었다. 보더가 거의 독점했던 기술도 일부는 민간 기업과 공유하게 되었으며, 이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끌어내게 되었고, 이후론 대충, 그들이 개발해 낸 전자제품 신제품을 소개한 카탈로그의 첫 페이지를 읽으면 흔히 ‘근미래’라고 표현했던 미래가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카탈로그는 스와의 책상 또는 종이류 재활용 통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퇴근하며 내버려두고 온 사무실 책상 서랍 속이라던가. 미카도시를 떠난 지 2년째. 그러나 보더를 떠나지는 아니했기에 어느 지방의 보더 지부로 배속된 지 2년째. 그와 동시에 전투 요원에서 사무직원으로 근무를 변경한 스와는 여전히 미카도시 타마코마 지부에서, 이제는 전투 교관으로 훈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키자키가 보낸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명절에는 꼬박꼬박 고향인 미카도시로 돌아갔으므로 얼굴 본 적이 까마득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사이가 틀어질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으므로 새삼 결투장 같은 게 날아올 일도 없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 탁자 위에 올려둔 채로 스크롤을 내렸다.

아, 이 녀석들. 나 빼고 자기들끼리 마셨다고 자랑하는구먼. 과연 주점으로 보이는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들의 사진이 ‘너 빼고 마셨다’라는 짧은 문장 아래로 올라와 있었다. 발송 시각은 2분 전이었다. 그리고 스와는 2분, 그리고 2분 동안…….

사진을 노려보았다. 장난해?

가져온 맥주는 따기도 전이었다. 그러니 알코올 때문에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곤 말할 수 없었다. 그 정도 판단은 가능할 만큼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다. 사진을 누르면 누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면면이 그를 반기는데,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았다. 단 한 사람, 단 한 명. 거기에는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 한 명 찍혀 있었다. 있어선 안 되는. 있을 수가 없는.

스와는 당장 키자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키자키의 전화번호야 휴대전화 주소록에 당연히 저장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간신히 그 애의 이름을 검색해 번호를 찾는 것이 한계였던 만큼 눈이 돌아간 스와는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전화를 받은 목소리의 주인이 키자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여보세요. 그 말에, 야. 그렇게 외치긴 했지만. 너.

「목소리 좀 줄이지 그래.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리고 그제야 전화를 받은 사람이 키자키가 아닌 걸 깨달았다. 라이조. 그래. 이름을 부르는 사이 아주 조금 식은 머리로 깨달은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일부러 보냈지. 너. 맞아. 잘 알고 있네. 진정했어? 아니. 그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을 꺼낸 테라시마에게 좋은 말이라곤 이 이상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장 물어야 할 말을 꺼내 그에게 물었다. 본론으로 들어갔다고 하고 싶지만 본론이라 해서 딱히 길어질 말은 아니었다. 그거 뭐야. 스와. 그거 뭔데 거기 껴 있는 거야. 알잖아. 알긴 뭘 안다고,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실제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카자마가 거기 왜 있어?”

「……제법 잘 만들어지긴 했지? 너까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말문이 막혔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카자마 소야는 죽었다. 2년 전에.

2년 전에 죽은 친구가 조금 전 찍힌 사진 속에 버젓이 앉아 있을 리는 없으니 머리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야 했고 이윽고 납득 가능한 답을 도출해 냈지만, 그럼에도 스와의 입에선 원색적인 욕설만이 그의 인내심을 끊고 뛰쳐나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끝내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으니 그나마 참 다행이었다. ‘미친’의 ‘미’까지는 나올 뻔하긴 했다. 그 뒤 들린 문장이 아니었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사이 전화를 바꿨는지 전화기의 주인인 키자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버님 부탁이었다.」

입을 다물었다. 말을 자를 수도 없어서, 키자키의 말은 그대로 마저 이어졌다.

「전에 잠깐 얘기 나오긴 했지만…… 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셔. 그런데 요즘 많이 선전하잖아. 보더와 기술 교류한 기업에서 만드는 생활 보조 간병용 안드로이드.」

알고 있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커스텀도 가능하다고 홍보하던 광고지 속 그거.

“……많이 안 좋으셔?”

「지병도 있으시고 나이도 있으셔서. 아무래도.」

“…….”

「둘째 아들이랑만이라도 시간 보내게 하고 싶으시다고 어렵게 부탁하시길래, 그래서 협조했다. 우리도.」

수화기 너머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동화책에 그려진 증기기관차의 연기처럼 길게, 뻗어 나와 흩어지는 연기를 연상케 했다. 연기 속에서 말이 이어진다. 이런 얘기 꺼내서 미안하긴 해. 하지만 우리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 스와. 하지만.

「걜 잃은 게 우리만은 아니야.」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듣고 있어?」

듣고는 있었다. 대답할 수 없었을 뿐이다.

「우리에겐 친구였지만…….」

친구만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부모님께는 하나 남은 아들이기도 했으니까…….」

하나뿐인, 다른, 다른 무언가였다고는…….

「…….」

…….

.

언제 올라올 수 있냐? 와서 그냥 얼굴 보고 말하자고. 테라시마의 말이 수화기 너머로 끼어들어 들어왔다. 스와는 그가 볼 수 없을 거란 걸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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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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