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Album 2

월드 트리거. 스와카자 SF 안드로이드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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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지 않음

이 전쟁이 끝나면 고백할 거다.

하마터면 방금 문 돗대를 그냥 땅바닥에 뱉어낼 뻔하였다. 간신히 붙잡아서 망정이지 다시 입에 물 생각은 새까맣게, 또는 새하얗게 잊힌 채 카자마를 돌아본 기억이 났다.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냐? 안다. 그럼 쓸데없는 복선 깔지 마, 망할 자식아. 이것도 복선으로 취급되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던 건 너잖아, 스와. 그건 그랬지만,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고백을 들을 줄이야 상상하지 못했기에 스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히 공격과도 같은 고백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고백. 고백의 예고조차 제삼자에게 안기는 충격이 이럴진대, 진짜 고백을 받을 누군가에게 다가올 그의 고백이란 얼마나 충격적일까. 짐작할 수 없었다. 감히 추정할 수 없었다.

너무한데.

내가 뭘.

친구로서 응원해 주진 못할망정 재 뿌리는 발언만 하고 있잖아, 스와.

내가 응원하면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 같냐?

그 말에 너는 미묘하게 웃었다.

응.

나는 당연히 웃지 않았다. 그야, 반가울 리 있겠냐고. 네 고백 따위.

확 실패하라지. 그래도 소리 내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친구였으니까.

친구…….

네가 그랬잖아. 친구로서 응원해 주진 못하겠냐고. 네가 그랬다고. 우리는…….

우리는…….

“스와.”

부름에,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았다. 그날 그 자리에,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말을 거는 것쯤이야 우연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금방 그 사실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내가 그것을 그것에 붙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상관없이, 그것은 나를 스와라고 부른다. 내가 아는 목소리로,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로. 재생하지만 그뿐이라는 것을 나는 내 온몸에 힘을 주어 버티듯 서서 견뎌내고 겨우 상기해 낸다. 그뿐이야. 그뿐이야…….

“나는.”

“말하지 마.”

나한테 할 생각이었다고는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왜…….

이제 와서…….

웃기네요. 아니잖아요. 알고 있었잖아요. 적어도 반은 눈치채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직접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어. 한 번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 않아요?

맞아.

맞아…….

영원히 확신할 수 없어. 영원히 질문의 답을 알 수 없지. 영원히 추리할 뿐이야.

영원히.

끝까지.

죽을 때까지.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전쟁이 끝나면 고백할 거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

다시 돌아가서 너에게 묻는 거야. 야, 카자마. 돗대 따위 땅바닥에 뱉어내고 말하는 거야.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긴 해? 그럼 너는 말하는 거야. 안다. 안다고. 그래. 그럼 쓸데없는 복선 깔지 마. 그럼 너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럼?’

그럼…….

나는 말하는 거야. 다시 돌아가서 너에게 말하는 거야. 사실, 나. 너를.

“그날에도 말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았다. 나, 언제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

그보다 저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스와. 솔직해져라.”

뭐라는 거야?

“너는 말 못 해. 지금에 와서도.”

뭐라는 거야, 너?

‘확 실패하라지.’ 그 일그러진 바람대로 너의 고백은 세상에 나올 일 없이 실패하여 사라지고 말았다. 이 전쟁이 끝나면 고백한다지. 고백할 네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죽은 바람에 너의 바람은 이뤄질 일 없이 사라지고, 사라져서, 세상 누구도 너의 마음을. 아니. 아니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꽉 막힌 채로 살아갈 거예요? 말했잖아. 죽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 그럴 거라고. 그래야지.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어…….

“좋아해, 스와.”

너는 못하지만 나는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듯이.

그렇게 말하듯이…….

알고 있었다. 이것의 목소리는 목이 아닌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목을 비틀어도 소리를 멈추지 못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서. 이것과 다른 나는 내 목을 쥐어짜야지만 겨우 소리낼 수 있었다. 야. 너. 그래 봤자 소용없어. 알아?

“넌 카자마가 아니야.”

“그런가.”

“그래. 왜인지도 알아?”

분명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행동은 실로 정답이었다. 실로 관심 없었으니까. 왜인지 알아서 뭐 해. 안다는 것을 내가 알아서 뭐 해. 그러니 그것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 하고 싶은 말을 하기를. 그러기를.

“이래서야.”

“걔는 성격도 나쁘고 짜증 나는 녀석이었지만.”

“너처럼 나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거든.”

“나를 죽이려고 하진 않았어.”

나를 죽이려고. 나를…….

나는…….

그러자 그것이 속삭였다. 멱살이 붙잡힌 채로, 스와.

“그때로 다시 돌아가.”

무슨 소리야.

“그때로 다시 돌아가.”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스와 코타로가 여기 있고.”

“카자마 소야가 여기 있겠지.”

“그때는 말하는 거야.”

“스와.”

뭐라는 거야, 너. 뭐라는 거야, 지금…….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 카자마에게.”

그럴 수 없으니까 여기 이렇게 있는 거잖아, 멍청아.

“그럴 수 있게 되면 그땐 망설이지 말라고 하는 거야, 너야말로 이 멍청아.”

그리곤 그것이 웃었다. 너와 똑같이, 그날의 너처럼.

아, 뭐라는 거야. 정말 뭐라는 거야……. 정말…….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겨우 속으로 중얼거릴 수 있었다. 너에게. 이렇게. 야, 카자마. 저것 좀 봐. 널 닮아 놓고 헛소리하는 것 좀 봐. 웃기지. 웃기지…….

웃고 있어?

너도.

원래대로라면 먼저 말을 거는 것은 그것이 되어야 했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턴 내가 먼저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야. 여전히 그것을 카자마라고는 부를 수는 없었지만, 야. 가자. 그렇게는 그것을 부를 수 있었다.

“깜깜해지기 전에 내려가야지. 계단 안 보여.”

“난 상관없는데.”

“얼씨구.”

좋겠다. 그렇게는 그것에게 말할 수 있었다.

“좋겠다.”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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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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