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왕재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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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그들이 왕좌지재(王佐之才)의 재능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보좌로 그칠 재능이 아니었다. 실로 그들은 스스로 왕이 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왕좌까지 단 한 끗만을 남겨두었던 그들이라면 스스로 알고 있을 터,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지재의 기본이나 그럼에도 지금의 그들은 스스로 버금이 되길 택하여 그들이 왕으로 택한 이의 머리에 안수하듯 관을 씌우고 있었다. 혹자는 그들이 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질 자리를 택한 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나 모르는 소리. 그렇다 하여도 그들이 직접 왕으로 군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은 없어 보이니 그들을 이해하려 하여도, 그들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것 이상으론 도저히 보이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었다. 수상할 순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들에게는 알까 보냐다. 알 바 없음이다.
보이는 것으로만 보는 자는 보지 못하리다. 볼 줄도 모르는 것을 알 일은 더욱 없을 것이다. 왕자(王者)가 왕좌(王座) 대신 왕좌(王佐)를 택한 이유가 없을 리 없으니 여기, 이 자리에는 제 손해를 감수하기로 한 자는 한 명도 없다. 다만 감득한 자만이 있을 뿐이다. 왕이든, 왕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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