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미안.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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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https://x.com/epppll00/status/1850872849218838863

무엇이 되었든 블랙 트리거와의 전투가 문제가 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봤자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것. 그것은 상황이기도 했고, 과거이기도 했고, 망가진 트리온 기관이기도 했고, 다시 말해 모든 것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투정은 이를 허용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 걸려 무참히 밟혀 찌그러지고 말았다. 타치카와. 헛소리하지 마. 트리거에 직접 개입하여, 트리온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블랙 트리거라니. 트리온 전투체를 내부에서 파괴하는 수작에는 한 번 걸려 본 적 있으나 이, 블랙 트리거란 트리거의 가능성이란 매번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카자마 소야는 이런 어리광을, 투정을, 불평을, 떼를 받아주는 성정이 아니다. 얻어맞은 뺨이 얼얼했다. 많은 이가 그의 작은 체구를 얕잡아보곤 하지만 그가 제법 단련된 육신을 가지고 있음을 타치카와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타치카와도. 그렇지만 타치카와는 이제.

카자마 씨도 나랑 똑같은 처지가 되면 그런 말 못 할 거잖아.

일시적인 현상인 줄만 알았다, 그때는. 부상한 채 보더로 돌아와 본부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뒤 선고가 내려졌다. 아니, 왜. 선고가 내려지냐고. 나는 그냥, 지금부터 한동안 내가, 어디를 조심하면 되는지, 겨우 그 정도를 알고 싶었을 뿐인데. 왜. 목이 갈라져라 ‘트리거 온’을 외쳐도 트리거에선 응답이 없었다. 동작하지 않았다. 왜. 시노다 씨는 고개를 돌린 채 저를 보지 않고, 왜. 키도 씨는 ‘그동안 수고했다, 타치카와.’같은 말을 말하지. 왜. 마침내 몸을 돌려 저를 보는 시노다가 입을 열기도 전에 타치카와는 그만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시노다 씨, 지금.

안심했지. 제자가 싸우다 죽을 일은 사라졌다고, 안심했지. 지금.

물론 안심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보고 뒤늦게 두 사람을 말리거나 갈라놓거나 말을 돌리기 위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온 진은 아무도, 무엇도 말리지 못했음이다. 타치카와의 감은 날카로웠으니 조금 있던 감정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찾아낸 한 조각 긍정을 찾아내 헤집어 끄집어내 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 카자마를 긁고 넘어진 것도 이와 같았다. 카자마 씨는 어떻게 할 거야? 응? 이렇게 되면 어떻게 복수할 거냐고. 너……. 작작 해라. 후회하기 전에. 후회 안 해, 라고는 외칠 수 없었다. 후회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아마 시노다에게 한 말도 후회할 것이고 카자마에게 한 말도 후회할 것이다. 화를 낸, 화풀이를 한 모두에게 미안해하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비꼬지 않고선, 화를 내지 않고선. 우울해하지 않고선……. 그러고 보니 이즈미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타치카와 씨는 지금 우울한 것뿐이에요. 그건 그와 시노다가 다투기 전이었다. 원정선으로 돌아오는 동안, 동작하지 않는 트리거에 뒷머리를 그저 긁적일 수밖에 없었을 때.

돌아갈 수 없어. 더는 싸울 수 없어. 이젠 끝난 거야.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것의 모든 것은 끝났다. 타치카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울한 눈으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이윽고 카자마가 사과한다. 주먹을 휘두른 행동에 대해선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리라. 그럼 이제는 타치카와가 사과해야 할 때인가? 사과를 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터였다. 그래서 타치카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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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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