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력을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서 쓸 수는 없었어?
월드 트리거. 오키, 최악의 미래 IF
「오키?」
「그 실력을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서 쓸 수는 없었어?」
‘아니―. 그쪽은 저격을 경계 당할 것 같아서.’
트리온 무전을 통해 호소이가 물었다. ‘방금 그게 무슨 소리야?’ 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호소이는 5인 부대의 오퍼레이터였다. 인원이 늘수록 오퍼레이터에게 가해지는 부하가 커지는 트리온 연결 시스템상, 다수의 정보를 병렬적으로 사고하여 처리하는 능력은 오키보다 훨씬 뛰어날 게 자명했다. 그러니 오키가 흘리듯 중얼거린, 또는 중얼거리듯 흘린 과거의 파편 역시 어렵지 않게 주워 든 것이겠지. 아마 그에게 생각할 시간, 정확히는, 과거를 더듬을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언제 어디서 오키가 그런 말을, 또는 그와 비슷한 말을 했는지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키는 그럴 기회를 호소이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아 했다. 정확히는, 지금 이 순간 호소이가 지난날을 떠올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였다. 따라서 그는 이제부터 그가 이동할 방향을 지시해 달라고 호소이에게 지시했고, 지시를 달라는 지시에 응한 호소이는 곧 머잖은 회상에서 회항하여 발을 돌렸다. 호소이는 오키의 지시에 불응하지 않았다. 본디 오키는 호소이에게 부탁할 수는 있을지언정 지시를 ‘내릴’ 위치는 되지 않았다. 가족같이 굴러가는 부대였어도 분명히 자리잡힌 명령 체계는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오키는 그것이 싫어 호소이에게 부탁하는 말투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 그가 드디어? 드디어. 지시를 내렸으니 호소이도 무언가 차이를 알아차렸으리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게 지금 그가 내린 결정인 듯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오키는 그런 지시를 내렸고, 호소이는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미나미사와가 말했다. 트리온 무전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치를 변경해야 할 때였다. 이동해야 할 때였다.
「그 실력을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서 쓸 수는 없었어?」
조금 전 들려온 목소리는 그러했지만, 그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아, 랭크전에서는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말은 ‘뒤’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다. 랭크전에는 언제나 ‘뒤’가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뒤’가 없었고, 다만 소리쳤고, ‘오키!’ 오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구해달라고 외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는 그래 달라고 외친 것이 아니다.
이윽고 임무가 종료되었을 때 오키 코지는 본부에게 무전을 쳤다.
오키 부대, 귀환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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