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내 손을 빌려 한 복수는 즐거웠나요?

월드 트리거. 오키 -> 미즈카미 -> 이코마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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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이야기

웃지는 말지.

웃지나 말지.

총성이 울리매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당신을 보았으니 나는 명령권을 다시 당신에게 반납했고, 회수한 당신은 나를 보며 명령했다. 웃지 않고. 쏘라고. 저격은 나의 역할이었으므로 나는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꿈에서는. 그럴 수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을 땐 휴학생 주제에 복학 따위 생각하지 않은 저였지만, 학업은 저에게도 다가온 문제였다. 오키는 ‘그 대신’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필요한 학업을 마치기 위해 학교에 복학했고, 오늘은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난 날이었다. 교정을 뒤로한 오키의 발이 늘 향하던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류장으로, 그러나 목적지는 어제와 조금 다르다.

학교생활은 우리 생 모든 나날이 그렇듯이 즐거운 날도, 즐겁지 아니한 날도 있는 평범한 생활이었고, 이러한 날들을 보낼 수 있도록 그를 이끌었다. 규칙적인 생활은 그의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 오키는 자신의 대학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제법 멀쩡하게 살고 있는 저이지 않은가. 실제로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삶일 터였다. 버스에 몸을 싣고 내린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에게 환승을 요구한다. 방위 임무가 없는 날, 그리고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 두 경우의 수가 겹치면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다.

“미즈카미 선배.”

잠든 미즈카미는 대답하지 않는다. 꿈을 꾸는지, 꿈 없는 잠을 자고 있는지.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와 어디선가 쉬익, 쉬익하고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 둘조차 아닌 채 삐삐거리는 기계음, 그 모든 소리 속에서도 뒤척이지 않고 잠든 사람. 잠들어버린.

오키에겐 아직 기회가 있었다.

다섯 사람이 우당탕 넘어진 꼴로 찍힌 사진을, 그것을 띄운 휴대전화를 흔들며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세요? 벌써 1주년이래요, 이 사진 찍힌 지. 저는 몰랐는데 알아서 알림을 띄워주지 뭐예요. 저도 그래서 알았어요. 1년이나 지난 지.

“작년엔 우리가 이랬었는데.”

호소이와 미나미사와가 있는 단체 메신저 방에도 이 사진을 올렸다. 아무렇지 않게 1년 전 우리라고 말하며 사진을 올리니, 미나미사와는 제게도 그날 찍은 사진이 있다며 오키에겐 없는 사진을 우수수 올리고, 호소이는 다시 보니, 아니, 다시 봐도 부끄럽다며 그만 올리라고 그들을 타박했다. 오키는 미나미사와가 올린 사진들을 저장하며 폴더에 그들을 한데 묶었다. 한 번에 찾기 편하도록, 정리 정돈은 그때그때 해야 한다.

마음의 정리도 이와 같다. 제때제때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슬어버린 부분은 별수 없지만. 녹에 찔리지 않도록 피할 수는 있으니까, 그래도.

“미즈카미 선배, 그거 아세요.”

꿈 이야기는 부러 꺼냈다.

만약 당신이 꿈속에 있다면, 내 이야기를 통해, 내 이야기 속의 꿈을 통해 지금 이곳, 지금 이 현실을 보길 바라며 부러 꺼냈다. 꿈은 곧 무의식이 일궈내는 이야기이니 결국 말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재현되는 것은 같지 않은가. 그러니 당신이 꿈속에 있다면 보라, 이 현실을. 나의 현실을. 이곳을, 우리 꼴이 어떤지나 보시라고요.

하면서, 부러 꺼낸 꿈 이야기였지만 마무리는 짓지 못했다. 마무리 짓기 전에 먼저 지어야 할 끝이 있었다. 하지만 미즈카미가 깨어나지 않는 이상 끝은 없었다. 따라서 오키는 미즈카미를 원망했고, 부러워했고, 역시 원망했고, 시기했고, 그럴 자격이 있었고, 그럴 수 있었다. 그날을 회상하면.

“미즈카미 선배.”

쏴.

그날 미즈카미는 명령했다, 오키에게.

아,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질지어다…….

실로 그랬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사가 말을 놓는 데 방해할 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런 규칙이었다. 방해하는 것은, 훼방 놓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절대로.

현실에서조차도.

현실에서조차도?

“웃기네요, 그것참.”

현실은 게임 같지 않다고 한 것은 그였는데도.

미즈카미 선배.

언젠가 그는 대답해야 하리라.

“내 손을 빌려 한 복수는 즐거웠나요?”

그날. 부름 속에서 들은 명령을 놓치지 않은 오키였다. 하지만 단번에 방아쇠를 당길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선배. 선배 말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지금. 그러나 미즈카미는 항명에도 거듭 명령했고, 쏘라고. 가족같이 굴러가는 부대였어도 분명히 자리잡힌 명령 체계가 오키를 옭아맸다. 미즈카미는 그럴 수 있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오키는 거듭 항명했고, 거절했다. 선배, 선배 말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그 사람이 죽어요…….

사람이 죽는다고요.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곳에서.

「오키!」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질지어다. 오키는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기록에 남은 명령은 없다. 오키는 자신의 의지로 그의 의중을 판단했고, 즐거웠나요? 선배. 잠든 그에게 오늘도 질문한다. 결국. 또. 이러고 싶지 않은데도. 그렇지만.

대답해 주세요.

“그 짧은 순간의 상상 속에서.”

오키는 그 사람의 어깨를 쐈다.

“즐거웠냐고요.”

아무도 죽지 않았다. 미즈카미도 그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원망해요?”

그래서 깨어나지 않는 거예요?

“꿈이 더 좋은 거예요?”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다. 외침 뒤에 짧게 흘리는, 그러나 분명히 녹음된 웃음소리. 그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키는 그것이 비웃음인 것을 혼자 알았다. 그게 그들의 끝이었다. 그게 마지막.

꿈에서 당신을 보았으니 나는 명령권을 다시 당신에게 반납했고, 회수한 당신은 나를 보며 명령했다. 웃지 않고. 쏘라고. 저격은 나의 역할이었으므로 나는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꿈에서는. 꿈에서조차도 그날처럼. 쏴.

“어깨를 쏴.”

미즈카미 선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가족같이 굴러가는 부대였어도 분명히 자리잡힌 명령 체계가 있었다. ‘알겠어요.’ 나는 당신에게 대답했다.

“이코 씨.”

기사가 말을 놓는 데 방해할 수 있는 자라면 역시 당신밖에.

어디에도 없는, 아무 데도 없는 당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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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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