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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리거. 팬아트
* 팬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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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카와 케이는 A급 1위 타치카와 부대의 대장으로 노말 어태커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시노다를 스승으로 사사하고 어태커 및 종합 순위 1위를 유지하는 명실상부 보더 내 강자 중 한 명이었으나, 이러한 그라도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는 자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일찍이 그는 미래 예지란 사이드 이펙트를 가진 진 유이치와 호각을 이루었으며(물론 종합 전적은 타치카와가 앞섰다), 키도 사령관으로부터 쿠가 유마가 가진 블랙 트리거를 강탈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을 때 다수 대 일로 전투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하여 베일 아웃 한 전적이 있었다(이번에도 블랙 트리거 풍인을 가진 진 유이치에 의한 패배였다). 작전이긴 했으나 코나미에 의해 두 동강이 난 적도 있었으니, 보더의 전투란 대개 베일 아웃을 기본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싶을 만큼 몸을 내던지거나 방어를 신경 쓰지 않고 공격에 치중하는 면모가 있었고, 그 역시 예외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원정선을 중심으로 반경 3km. 전투원이 베일 아웃 사정거리를 벗어나서 전투하지 않게끔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전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오퍼레이터들의 중요한 임무나, 이는 오퍼레이터와 3km 떨어진 전투원 사이의 통신이 원활할 때나 가능한 일. 그리고 ‘일’이 일어났을 때 타치카와는, 솔직히 말해 들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전투광이라고 일컫는 것에 이의가 없었다. 싸우는 게 좋았고, 더 강한 상대와 싸우는 건 더 좋았으니까. 그런 의미로 눈앞의 적은 타치카와에게 있어 최고의 상대였으니, 한계를 끌어내야 하는 싸움만큼 그를 자극하는 것도 많지 않았다. 타치카와, 물러서. 물론 그렇다고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갔다는 아군의 트리온 통신을 무시할 의도는 없었다. 다만 아무런 응답도 들려오지 않는, 수상하리만큼 정적이고 고요한, 다시 말해 무음에 대처하는 아군의 대응은 현명했으니 그는 곧장 제 곁에 있는 대원에게 통신을 시도했다. 그를 절대 무시할 리 없는 자신의 대원에게로. 또 한 번의 무응답에 그는 전투에 임한 이래 처음으로 소리를 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트리온 통신이 방해받고 있다.”
“……!”
“전원 이곳에서 퇴각한다. 그리고…….”
누가 저 바보 좀 끌어내라, 같은 말을 하려 했을 때다. 돌아본 그의 트리온체, 그의 목에 푹 박혀 들어 꿰뚫은 장검은 그가 다른 것도 아닌 검술에서 상대에게 패배했음을 의미했다(물론 앞서 말했듯, 그는 절대적인 최강자가 아니었다. 패배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놀라야 할 것은 그다음의 일(전달계가 파괴된 트리온체는 쩌적 소리를 내며 붕괴하기 시작한 그다음). 마지막으로 하하, 웃고 만 그가 베일 아웃 하지 못하고 빛과 연기, 폭발음 속에서 본체로 발을 디뎠을 때.
“베일 아웃 사정거리 밖이다!”
전원 퇴각하란 명령이 다시 한번 내려지면 항명할 수 없었다. 오퍼레이터는 물론, 바로 옆에 있는 대원과도 통신이 불가한 상황에서 베일 아웃까지 동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물러서요! 그 역시 적에게 일대일 전투를 벌일 상대로 지명 당한 탓에 어태커를 엄호할 수 없었던 타치카와 부대의 슈터, 이즈미가 뒤늦게 몇 개의 아스테로이드를 쏘아 보내 그 앞을 가로막지만 때는 조금 늦었고,
“아.”
마침내 어태커의 머리를 정확한 저격으로 쏘아버린 후유시마 부대의 스나이퍼, 토마의 저격 역시 조금 늦었다. 적의 무기를 베어내 잘라버린 카자마도. 타치카와 씨! 저를 부르는 외침 속에 쿨럭, 기침하며 입 안에 모인 피를 퉤 뱉어내면, 이 멍청이가, 하고 평소엔 입에 담지 않을 원색적인 욕설을 읊조리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덜미를 잡고 끌어낸 뒤 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은 차가운 분노 그 자체라 아마 저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 시선에 모두 얼어붙을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그럼에도 입꼬리를 삐죽이 올리며 웃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화를 내는 이유 역시 이해했다. 그의 분노는 지극히 정당하다. 왜냐하면, 너.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지.”
“……헤.”
원정선을 중심으로 반경 3km. 그 경계에서 이뤄진 전투. 여기서 더 넘어가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들뜬 바람에, 그런 바람에.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길 줄 아는 바람에. 이길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런 승부를 등질 수 없었기 때문에.
“진짜야. 진짜 내가 이길 줄 알았다니까.”
“돌아가서 죽을 줄 알아라. 아니, 돌아가는 길에 죽던가.”
그렇게 그의 배에 흉 하나 더 생기고 말았지만 그것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었다는 이야기. 원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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