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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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계는 생(生)을 득(得)함과 동시에 필요의 부재를 경험하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이 시대에 던져진 이들의 세계는 대체로 그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득(得)을 알기 전, 실(失)의 의미를 뼈에 새기게 되는 삶들이 떠도는 세계. 내내 투쟁하다 스러질 전쟁의 시대, 바야흐로 이 지독한 난세의 상징은 상실이었다. 浪 또한 이 시대를 타고난 운명이
언제나 당신의 행복을 위하는 'Pai_W_H195', 안녕하세요. 통칭 '파이'가 슬픈 당신께 메세지를 보냅니다. '파이'는 당신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이유를 모른다는 말과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내가 살아있지 않음을 깨달은 까닭 아닌가요. 파이와의 추억은 허상이고, 모든 대화는 독백이었으며, 결코 내가 당신과 교감한 적 없다고 여기게 된 것이
강의실 매끄러운 백색 벽면은 더는 지워지지 않는 검은 잉크 자국이 선연했다. 올해로 딱 반 백 년을 살았다는 철학과 모 교수는 전부터 이 화이트보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보드 마카 자국이 심히 거슬린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판서로 강의를 진행했다. 학기의 반을 지난 시점, 교수는 어김없이 그 때 탄 벽면 앞에 서서 오래 묵은
1.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한파의 시작이 십일월 셋째 주의 목요일이라 정의된 것은 올해로 몇 해째이던가. …겨울이라는 계절은 본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었나. 시시한 의문들은 수학(受學)이 끝난 뒤에야 밀려들기 시작했다. 한수영은 시기가 빨랐다면 더욱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십이 년 내내 단 한 번도 고찰해보지 않은 문제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