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
야속하게 맑은 날이었다. 1014호의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연분홍색이 보였다. 4월 초, 제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계절의 흐름이 밖을 물들였다. 이곳에서 시간을 피부로 느끼는 방법은 몇 없었다 - 기껏해야 머리 위에서 불어오는 인공적인 바람이 따뜻한지 시원한지 정도였으니. 커다랗고 미지근한 통 속에서 선도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혹은 그